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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Oct 24. 2024

처음 찾은 감정

재개봉한 어느 영화를 봤다. 마음속 예술이 살아났다.

나는 예술이하고 싶었다. 예술은 어렵지만, 그게 나를 살게 한다.


요즘 삶이 참 힘들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최근에는 사람 때문에 크게 힘든 적 없었는데 크게 힘들었다. 힘들고 있는 중이다.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고,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고민 중이다.


자주 운다. 쉽게 눈물이 난다. 툭 치면 우는 그런 상태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슬픔을 느끼려 노력 중인 것이다. 잘 느껴보려 한다. 충분히 그냥 힘들어하련다. 지금 내가 왜 눈물이 나는지 무엇을 느껴서 이러는지.


힘들어.

지쳐.

그만하고 싶어.

견디고 싶지 않다. 그만두면 좀 행복할 것 같다.


문제를 회피하려는 건지, 감정에 충실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회피한 감정을 끄집어낸 것일 수도 있다.


전에도 힘들었다. 스트레스받았다. 다만 머리의 설득이 감정을 이겼다. 그래도 이겨내 보자고, 기분 나쁘고 화나고 어이없고 상대하기 싫지만, 참고 견뎌보자고. 그러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 그럴게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견뎠다, 덮어뒀다. 쌓이고 쌓여 이렇게 감정이 깊어진 걸까.


해외 출장 일정이 전날 취소됐다.

나 때문이다.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사실 안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갈 생각이었다. 안 갈 수 있어도 좋겠지만, 그래도 가야지 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렇게 생각했다.


이걸 감사하다 해야 할까. 취소됐다. 후폭풍은 내가 감당해야지. 당연하다 생각했고 죄송했다.


대표님 입에서 먼저 취소하자는 말이 나왔다. 나는 그게 결정이라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나 보다. 마지막까지도 내가 가겠다 하길 바라셨던 것 같다. 사실 이 얘기를 듣고 조금 안 죄송해졌다.


대표의 위치라면 충분히 그런 기대를 해도 된다 생각한다. 내가 실망한 것은, 자신을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젊고, 오픈마인드의 캐주얼하게 대해도 되는 흔치 않은 대표이며 아마 스스로 그렇게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좋은 어른인 것은 아니다. 모두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른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게 걸맞은 노력을 보여야 한다 생각한다.



실망이었다. 실망이었구나…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의 실체를 찾았다. 엉엉 울어보니 후련하다.


좋은 어른일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실수를 하는 상황에도 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이끌어줄 수 있는 어른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위기에도 원만하게 상황을 풀어낼 수 있는 나보다는 조금 어른인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감정적이고,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나를 이렇게 쉬이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실망했다.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다면,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좋은 어른이 아니야. 닮고 싶지 않아. 꼭 기억하겠어. 어떤 부분이 싫었는지 기억하고 누구에게든 그러지 않아야겠어.


짜증 내지 않기.

쏘아붙이지 않기.

실수를 했을 때 제일 힘든 건 그 자신이다. 먼저 괜찮다고 얘기하고 실수를 교정해도 늦지 않다.

말은 평생을 간다. 주어담지 못할 말, 상처가 될 수 있는 말, 기분 나쁠 수 있는 말, 무안할 수 있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조심하고 주의하자.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위의 말은 그 어떤 좋은 효과도 없다. 이 집단 되게 별로다.라는 생각만 든다. 내 앞에서 이런다고? 직원이 불쌍하다.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근데 이걸 내가 당했네.

내가 하지 못하는 것 상대에게 요구하지 말자. 내가 못하기에 부탁/요청/의탁할 수 있다. 그랬다면 그냥 믿고 맡기자.


그렇다면 배울 장점은?   

정리 능력.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부연 설명이 없어도 되게 정리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필요와 가능성을 고려해 본다. 미리 다음 스텝을 준비하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아주 세세한 것들도 확인한다. 괜찮겠지 싶은 건 안 괜찮다. 그 의심은 보통 경고다. 나의 의심을 믿자.

내가 인간 지표다. 후킹 되는 문구를 쓰고 싶으면, 내가 어느 포인트에 후킹 되는지 살피자.

밴치마킹은 중요하다. 다각도로 디깅 하자. 요즘 잘 나가는 곳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무엇에 관심 갖고 보고 있는가를 파악한다.


처음에는 어떤 게 배우고 싶었나?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었다.

사업의 사이클을 관찰하고 싶었다.

업무 능력이 향상된 어디 가서 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 쉽게 얘기하면 내 케파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됐는가?

그렇게 됐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 생각하는가?


소통을 더 자주, 디테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원인 1. 말을 할 시간이 없다. 업무 처리하기 급급하다.

시간이 있으면 얘기를 조금은 더 했을 것이다.

물론 성격상 신중하게 충분히 생각해 보려다 보니 좀 그렇기는 하다.


이 외에는 솔직히 모르겠다.

내 수준이 이 정도인데, 사실 이 이상을 안다는 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더 배우고 싶은 게 있는가.

광고 집행을 더 다뤄보고 싶다.

사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안 다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이걸 견딜 정도는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게 금융치료 될 수 있는 정도인가?

아니더라.


월 세후 500만 원 정도 받는 다면, 조금 다닐만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스펙이나 경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금융치료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동안 만났던 사수들을 생각해 보자.

누가 좋은 리더였는가.


드라마 연출 감독님이 참 좋은 리더이며 닮고 싶다 생각했다.

대표님이자 교수님이었던 분도 유쾌한 리더이시고 내가 그 자리가 되었을 때,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문득 깨달았다. 이런 감정을 못 느껴 본 지 참 오래됐다는 걸.

참 슬프게도 존경심을 느끼지 못했다.

혼나는 순간에도, 당신은 참 좋은 어른이다 느끼게 하는 분들이 있다.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세상에 그런 좋은 어른도 많다는 것을.

그런 분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해도 된다는 것을.

얼마나 슬픈 일인가.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을 리더로,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게.

이게 내 삶을 힘들게 했구나.

이게 내 삶의 방향성을 잃게 했구나.


저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하는 분과 일하면,

어려운 순간에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나의 힘이 되어주셔서 더욱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 안 든다.

참 슬픈 일이었네.


퇴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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