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조금만 더 다녀볼까도 싶다.
나는 꽤나 정이 많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약한 사람이다. 사람을 잘 믿어서 곤욕을 치른 적 있다. 그러니까 사기를 당한 적 있단 얘기다.
그래서 사람을 경계하는 것을 방어기제로 사용해 왔을 것이다.
그래서, 감정을 억압해왔나 보다. 호감, 신뢰, 믿음, 의지까지도.
그럼에도 괜찮은 면이 있지, 장점이 있지 라며 상대를 긍정적으로 본다.
지금도 잠시 보류됐다.
그렇다고 예전과 같진 않다.
끝을 보고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멀지 않다 생각한다.
아마 몇개월내겠지.
지금이 일이 잊힐 때쯤,
조금 멀어져 상관관계가 떠올려지지 않을 때,
그냥 그럴듯한 사유로도 납득할 수 있을 때쯤에
그때에 퇴사할 것이다.
열정은 없다.
때로는 열정이 중요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마음도 노력도 들이지 않고 하는 것이 좋다.
꾸준히 가기에 좋다.
힘을 빼고 살아야지.
그 아슬아슬한 비난과 깎아내림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말자.
그 말들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다.
가장 자주 만나고, 가장 자주 교류한 사람이다.
어쩌면 가장 많은 말을 주고받는 사람이다.
당연히 영향받는다.
이게 내가 받은 영향이다.
똑똑히 기억하렴.
좋지 못한 곳에 나를 두는,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태도도, 아끼는 태도도 아니다.
자해에 가깝다.
성장하기 위해 때로는 견뎌야 할 때도 있다.
그럴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네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곳인가?
최고 수준의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인가?
다 떠나서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배우는 중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원래는 맞았다. 이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게 이곳에 없는 것 같다.
나는 그릇이 넓은 어른의 역량을 배우고 싶다.
그런 사람의 포용력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다.
여기에는 없다.
오히려 내가 나은 수준이라 생각들 정도다.
감정을 잘 쓰지도 못하는 내가 공감과 위로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곳이다.
잃어도 되는 소였을 것이다.
그게 미래의 어느 날 진짜 필요한 소도 잃게 만들 것이다.
그때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다행이지 싶다.
어쩌면 평생 외양간이 고장 난 줄도 모를 것이다.
순순히 남아준 소들이 있으니 말이다.
양가적인 마음이다.
그냥 이대로 있길 바란다.
시장에 살아남아있는, 그렇지만 폭발적인 성장과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 그냥 지금 정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 아쉬울 것 같다. 그 과정에 내가 없었으니. 그리고 내가 나간 이후에서야 내부를 갈아엎어서 이를 이뤄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것 같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 반짝 떠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또 조금 잠잠해질 수 있다.
그냥 이 정도쯤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더 이상 뜻이 없다.
어떤 비전을 느끼지 못한다.
규모가 확장되는 기대를 했다.
그런 시도가 있었다. 개뿔. 도루묵이다.
처음 출근하고 연이어 몇 명이 나가고, 새로 여러 사람을 뽑았었다.
나와 같은 파트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왔다 나간 사람만 6명이다.
이외에 못 견디고 나간 사람이 더 있다.
일은 많지만, 이제는 사람 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안 한다.
내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다 얼마 가지 않아 나가는 것이 허탈할 뿐이다.
일자리를 소개한 지인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다시는 지인 추천 안 한다.
다행히 관계가 껄끄러워지지는 않았으나,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된 부분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안 해도 되는 경험을 하게 한 것 같다.
이번달 말쯤에 말씀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