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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Nov 01. 2024

사람은 좋은데, 당신은 지겨워

지긋지긋해.

진짜 지긋지긋해.


물들까 두려울 지경.

혹여나 어떤 부분이 닮게 될까 경계하게돼.


이런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게 맞는데.



이제야 정신을 차린 기분이다.

조금씩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도 없이 타인을 진정으로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까지 날 지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또 있었나.


왜 때문에 견디고 있는 거야?

그게 의문이야.


이게 포기일까 봐. 나중에 아쉬울까 봐.


해볼만큼 다 해봤다 생각해?

아니.

업무적으로는 더 할 수 있다 생각해.

내가 더 공부하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근데 사람이 힘들어서, 조직에 지쳐서 업무에 대한 흥미도 없어졌어.

단지 벗어나고 싶을 뿐이야.


있었던 흥미도 없어졌어.

두 달 사이에 이렇게나 의욕을 상실하다니.

나도 신기하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거다.

분명히 하고 싶었는데,

분명히 진짜 잘하고 싶었는데..

너무 질렸다.


이제 내 눈에는 별로인 것들만 보인다.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알았다.

관두면 수입이 없다.


물론 알바도 할 수 있고,

외주도 할 수 있고,

과외도 할 수 있다.

업으로 그리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돈벌이 수단이 없다.

그게 나를 섣불리 관두지 못하게 한다.


이 뒤가 보장되어 있으면 마음 편히 그만두겠지.

당장 월세도 내야 하고, 매달 나가는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알바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냥 마음이 괜히 불안한 것이다.


아. 정신이 피폐해서 그렇다.

내가 나를 못 믿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을 머리로 안다.

마음이 불안할 뿐이다.


웃기게도 문득 감사함을 느낀다.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사랑해야지.

아껴줘야지.

제대로 느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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