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해.
진짜 지긋지긋해.
물들까 두려울 지경.
혹여나 어떤 부분이 닮게 될까 경계하게돼.
이런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게 맞는데.
이제야 정신을 차린 기분이다.
조금씩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도 없이 타인을 진정으로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까지 날 지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또 있었나.
왜 때문에 견디고 있는 거야?
그게 의문이야.
이게 포기일까 봐. 나중에 아쉬울까 봐.
해볼만큼 다 해봤다 생각해?
아니.
업무적으로는 더 할 수 있다 생각해.
내가 더 공부하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근데 사람이 힘들어서, 조직에 지쳐서 업무에 대한 흥미도 없어졌어.
단지 벗어나고 싶을 뿐이야.
있었던 흥미도 없어졌어.
두 달 사이에 이렇게나 의욕을 상실하다니.
나도 신기하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거다.
분명히 하고 싶었는데,
분명히 진짜 잘하고 싶었는데..
너무 질렸다.
이제 내 눈에는 별로인 것들만 보인다.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알았다.
관두면 수입이 없다.
물론 알바도 할 수 있고,
외주도 할 수 있고,
과외도 할 수 있다.
업으로 그리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돈벌이 수단이 없다.
그게 나를 섣불리 관두지 못하게 한다.
이 뒤가 보장되어 있으면 마음 편히 그만두겠지.
당장 월세도 내야 하고, 매달 나가는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알바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냥 마음이 괜히 불안한 것이다.
아. 정신이 피폐해서 그렇다.
내가 나를 못 믿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을 머리로 안다.
마음이 불안할 뿐이다.
웃기게도 문득 감사함을 느낀다.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사랑해야지.
아껴줘야지.
제대로 느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