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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만 Jul 03. 2023

죽고 싶다 생각했던 어느 날, 동아줄이 내려왔다

썩은 동아줄인지는 몰랐지


1편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고작 6개월 만에 일에 질리고, 1년도 되지 않아 사람에게 질리고, 2년도 되지 않아 인간을 혐오하게 되다 못해 그만두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혐오하게 됐다.


4년 차인 지금은 그때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던 걸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참고로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학창 시절 주변 친구들에게 대나무숲의 일종으로 활용되었었다.

친구 1 : 이거 비밀인데, (속닥속닥)

나 : 어엉 그렇구나 (듣고 이틀 뒤 까먹음))

나를 지치게 만든 여러 사건들을 많이 잊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냐는 주변 지인들의 질문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을 늘 내뱉는다. 의식하지 않아도 툭 튀어나온다. 다시 가라고? 아, 절대 못 해.


아무튼 그렇게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갉아먹어져 바스러지고 있던 시점에 나와 같이 매일 사내 메신저로 퇴사를 외치며 울부짖던 동기 한 명이 엄청난 소식을 들고 왔다.


’케장아 나 사무직으로 갈래.‘


’?… 그게 돼? 나도. 나도 갈래!!!!!‘


나는 고객과 대면해 영업하던 직군이었는데, 당시에는 고객 응대 하는 것만 없다면 무슨 일이든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동기가 영업에서 사무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고민 없이 냅다 지원했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합격했고, 지방에서 근무하던 나는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오히려 좋단 마인드였다. 뭐 다시 자취하지~ 뭐든 간에 여기를 탈출하면 그걸로 족하다… 대충 그런 생각이었다.


그리고 올라와서 사무직으로 일하게 된 첫날, 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세상에, 모니터 건너편에 고객이 없다니?! 이게 무슨 충격적인 일인가. 상상만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급여도 깎이고 경력 인정 연차도 깎였지만 내 앞에 고객이 없단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 심지어는 화장실도 제 때 갈 수 있었고 휴대폰도 중간중간 확인이 가능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일하던 생활과 드디어 작별한 것이다.


담당하게 된 업무도 흥미로워서, 인수인계를 받으며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드디어 회사생활이 할 만하다 싶었다. 딱 6개월 차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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