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만 문밖으로 내어놓아도 녹겠다. 기사를 보니 해운대 해수욕장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단다. 해운대에 사는 나는 이런 날에 바닷가에 나가본 경험이 거의 없다. 방구석 놀이에 능한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더우면 안에 있어야지 왜 나오는가? 좋은 날에 바다를 가야지 이 땡볕에 왜 해변으로 나서는가?
어제는 약속이 있어서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로 갔다. 달고 차가운 커피를 시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아서 해변을 바라봤다. 연신 땀을 흘러대며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몸 좋은 남정네들은 까만 상체를 드러내며 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떤 가족은 모여 철판요리마냥 뜨거운 모래로 작은 언덕을 만들며 놀고 있다.
나는 선선한 카페에서 그들과 나의 차이점을 깨달았다. 여름을 대하는 온도가 다르다. 나는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려 하니 마음이 차가운데 저들은 여름을 느끼려 하니 가슴이 뜨겁다. 나는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며 여름이 지나기만 바라는데 저들은 하나같이 웃고 여름을 즐기고 있다.
삶도 이렇지 않을까. 인생에서 일이 발생하면 옷을 벗고 맨몸으로 달려들어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피하기만 해서는 편할지는 몰라도 즐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