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자 한 자 한 자가 한걸음 두 걸음이 되어 내달리고 있다. 그 발걸음은 너무나 느리고 답답해서 나의 기록은 넘기지 못하는 한계처럼 제자리다.
글을 쓰면 늘어지는 나의 속도감과 빨리 흘러가는 시간의 교차점에 나는 끼여있는 것 같다. 다른 작가의 글들은 경쾌하게도 내달리고 있다. 그 속도의 리듬감과 깊이 있는 발걸음은 언제나 내 앞에 있는 것만 같다. 때로는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닿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 한 뼘의 거리는 두 자로 긋는 평행선처럼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듯하기도 하다.
또 가끔은 너무나 뛰어나 멀리서 형체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럴 때면 나의 뜀박질을 사랑하려 하지만 애정보다 깊은 마음의 공간에서 크게 좌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