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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네시 Mar 28. 202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기 전까지는?

블랙박스 너머 “so what”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퍼포먼스 마케터.


쉐도우 복싱의 시작


오랜만에 직접 고객사의 캠페인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업무 범위 중 운영, 즉슨 매체를 바잉/오퍼레이팅하는 역할을 직접 도맡게 된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조직 내부 매니징을 제외하고는) 근 몇년간 캠페인의 전략 설계와 리빌딩, 운영 단계에서는 큼직한 과제들을 정의하고 해결하는 데 대부분의 리소스를 투입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떼어낸 부분부분이 아닌 캠페인의 모든 것을 제 스스로가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언제나 캠페인을 온전히 도맡는다는 것은 조금은 설레고 대부분은 막중한 책임으로 와닿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특히 새벽네시에서 연결되는 고객사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저희에게 목표와 다짐을 나누시는지 알기에 저는 이 부담감을 귀중한 성과의 재료로 쓰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캠페인 토글을 밀어서 키고, 노출수가 잡히는 시점부터 캠페인을 모니터링합니다. 저는 종종 다른 일을 하다가 불현듯 대시보드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화면을 새로고침하면 노출수가 미미하게 업데이트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노출은 금사이 늘어나고, 성과는 순식간에 결정됩니다. (저희의 추론으로는 아마도요.) 머신러닝이라는 이름의 냉정한 판결… 저는 순식간에 내려질 판결을 미리 상상하며 저만의 쉐도우 복싱을 시작합니다. CTR이 문제라면 이렇게, CVR이 문제라면 이렇게, CPM이 문제라면 이렇게 해보리라. 여차하면 캠페인을 복사하고 머신러닝을 초기화하는 무시무시한 조치도 망설이지 않으리라. 그 마음으로 또 의연하게 화면을 새로고침합니다.


쉐도우 복싱 이야기를 했으니 특히나 적절한 인용이겠군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물을 떠다놓고 기도하기 vs. 손은 눈보다 빠르다


몇 번의 새로고침이 쌓이고 나면 최악의 시뮬레이션이 곧 불길한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이상하게 정확한) 예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나면 곧 그 현실은 도래해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마침내 쉐도우 복싱에서 가다듬던 액션들이 빛을 발할 때입니다. 하지만 그 액션의 타이밍이라는 게 왜인지 상상에서만큼 명확하지가 않군요. 구체적인 상황을 들고 와보겠습니다.


소진액이 점점 쌓이고, ROAS 는 첫 반나절동안 100% 내외를 오가며 통 힘을 못 쓰는가 싶더니, 또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해보면 200% 선을 뚫고 나아갑니다. 그렇게 300% 까지도 갈 것 같던 ROAS 는 더 많은 광고비를 사용해버리고 나서는 새로운 전환수가 쌓이지 않아 다시 100% 중반대로 가라앉습니다. 100%가 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단호한 조치를 결심해야할까요? 라이브를 하고 지난 시간은 곧장 12시간 남짓인데요? 또는 메타가 권장하는 것처럼 저는 머신이 라이브된 캠페인에 대해 학습하면 자연히 골칫거리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려야 할까요?


실제로 단호한 조치를 결심한 날의 아침에는 목표치에 근접할 것마냥 KPI의 효율이 전날의 3배로 올라있기도 합니다. 아예 새로이 캠페인을 라이브했으니 하루 이틀은 불가피한 머신러닝의 시간이었던 것이고, ‘실제’ 캠페인의 성과는 또 다를 것이라는 합리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죠. 그런데 그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성과가 100% 대로 회복해있습니다. 그럼 이제는 정말로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체 성과뿐만 아니라 개별 캠페인의 성과도 마찬가지인지라, 즉슨 시간대는 물론, 일자별 등락이 크기 때문에 “정말로” 액션을 취해야할 시점과 액션의 단위, 그리고 강도를 결정하는 건 (과장하자면) 무작위한 행동처럼 느껴져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A 라는 상황이 발견되면 B 라는 조치를 취한다 — 라는 인과를 좀처럼 명료하게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지요. 이럴 때 우리는 자신 안의 두 가지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터를 마주하게 됩니다.


기도하는 물.


한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물을 떠다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바라보는 자입니다. 그 자의 마음은 만능의 단어인 머신러닝을 고이 떠다둔 물에 소환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게 되는 상태입니다.


손이 눈보다 빠른 타짜.


또 다른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손이 눈보다 빠른 자입니다. 판단을 유보하는 불안감 또는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한 시간 투입보다는 차라리 짜둔 계획을 일단 실행해보는 것입니다.





제 3의 해답은?


둘 모두 완벽한 정답도 오답도 아닐테지만, 그래도 둘 모두에 공통적으로 빠져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분석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액션이 곧 성과를 낳는 구조이자 동시에 적절히 성과를 판단하고 액션을 결정하는 분야입니다. 이 성과는 곧 데이터이구요. 앞서 제가 언급한 예시에서 어떻게 데이터 분석이 적절한 액션 시기와 종류를 판단하는 데 해답이 되냐구요? 최근에 새벽네시 내부에서 아주 재밌는 시도가 있었던지라 이를 소개드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해당 캠페인이 앱 캠페인 중에서도 iOS 가 중심이 되는 캠페인이므로, SKAN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군요. 데이터 분석 없이 떠다놓은 물에 기도만 하거나, 우선은 손을 뻗고 보는 두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더 극단적으로 가속화한 것이 바로 이 SKAN 이기도 했지요. 제가 소개드릴 사례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SKAN의 핵심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iOS 14.5 부터 Apple은 AppTransparencyTracking (ATT) 조건을 구현하고 준수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앱이 IDFA 로 대표되는 유저 단위의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기 위해서는 앱 내 프롬프트를 통해 유저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의미입니다.

2. 만약 유저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광고주는 애플이 제공하는 SKAdNetwork (줄여서 SKAN) 를 통해 사전에 정의해둔 한정된 이벤트 데이터만을 집약적으로 수신할 수 있습니다.

3. 이때 혹여나 광고주가 데이터 수신 시점과 유저를 매칭시켜 추적 우회로를 마련하지 못하도록, 데이터는 임의의 규칙을 가진 타이머를 통해 시차를 두고 수신됩니다.


이처럼 SKAN 이라는 블랙박스가 생기게 되며, 마케터는 이론적으로는 더 이0상 실시간의, 누락 없이 온전한 데이터를 받아보는 것이 불가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실제 저희가 확인하는 데이터이며 그렇다보니 실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답답함과 물음표들이 생깁니다.


이렇게까지 출렁댈 일일까요…
“성과의 등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소가 무엇일지 파악할 수가 없군.” 
“애초에 이 날짜의 성과는 실제로는 어느 날짜의 언제적 성과인 거야?”
“그래서 이 캠페인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특히 성과가 급격히 하락하는 어느 날에는 물을 떠다놓고 기도를 하고만 싶지만 그렇게 천운에 캠페인을 맡기는 것은 가당치도 않고, 반대로 이리저리 떠올렸던 액션을 무작정 취해본다한들 (심지어 위 그래프 상으로는 지출 금액이 가장 큰 상관관계를 지니는 듯하니) 다른 변수로부터 자유로운, 개별 액션의 실제 유효성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캠페인에서 효율 개선이 있었다하더라도 이는 거의 우연에 가까워 일관된 후속 액션을 찾아내기도 어려운 것이지요.


그럼에도 저희는 아직 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액션과 성과 간에 존재할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찾아낼 방법을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출발점은 액션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입니다. 이는 SKAN 타이머의 작동 원리를 떠올리는 것에서 착안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작동하는 타이머라고 하더라도 실제 전환 발생으로부터 해당 전환이 추적되기까지 소요되는 최소시간과 최대시간이 존재합니다. 이 시간차를 입혀 CPA 를 실제 전환이 발생한 시점으로 보정시켜 봅니다. 이 관점에서 데이터를 재가공, 분석한 결과 나타난 그래프는 이렇게 아름다웠습니다.


이제는 “진짜” 성과 상향만이 남았습니다.

요컨대 타이머의 시차를 반영한 [보정 CPA] 를 통해 데일리 성과 판단을 위한 중요한 추세선이 드러났습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단적으로는 1/25 무렵에 진행한 액션을 다시 찾아내고, 디벨롭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처럼 가능한 가장 실제 성과에 가까운 추이를 살피게 되면 자연히 액션의 성패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실제로 해당 캠페인에서 이 데이터 분석 전후로 액션의 주기와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위 보정 CPA 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캠페인/매체마다 달라질 수 있어 저희에게 따로 연락주시면 반가운 마음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데이터, 나아가 프레임워크


물론 해당 케이스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모든 쉐도우 복싱과 실제 복싱의 괴리를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상황에 따라 물을 떠놓고 기도하기도, 또 눈보다 빠른 손을 믿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퍼포먼스 마케터는 거기서 나아가 “진짜”의 성과를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어떻게든 발명해냅니다. 그리고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적절한 액션을, 재빨리 실행하고 인고 끝에 성과를 개선해나가는 것이지요.


SKAN 에 대해서도 iOS 14.5 출시 이후 수많은 전문가의 이야기들이 시장에는 쏟아져나왔습니다. 저 역시 가급적 해당 주제의 웨비나나 컨퍼런스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하고, 관련 아티클들도 열심히 follow-up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론을 이야기해야하는 논의 맥락의 한계상 대개는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그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반면 현업에서 느끼는 장벽은 더 생생하고 구체적입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또는 아무도 하나의 정답으로 일축할 수 없는 블랙박스 너머 “so what”의 세계가 점점 도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계속 데이터, 나아가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됩니다. 고리타분하지만 SKAN이건, 비 SKAN 캠페인이건, 만능 액션에 대한 공식은 없음을 인정하고 각 캠페인의 상황을 해석해낼 수 있는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발견해낼 수 있는 제반 작업으로서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Mobile Marketing Association (MMA) 와 앱스플라이어가 공동 시행한 “IDFA 에 대한 광고주의 생각: 마케터 대상 설문조사” 를 보면 이미 많은 마케터분들이 이 관점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반을 훨씬 넘는 숫자의 마케터분들이 “다른 측정 솔루션에 더 투자” 하겠다는 답변 하셨거든요.


(데일리로 바삐 돌아간다는 점에서) 짧고도 (한편 언제까지나 지속해야한다는 점에서는) 긴 효율과의 사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 캠페인만의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데이터는 데이터답게, 액션은 액션답게 빛을 발할 것입니다.


새벽네시는 퍼포먼스 마케팅 에이전시입니다. 동시에 저희는 저희 모두의 역량과 책임감을 저희 개개인의 리소스뿐만 아니라, 제품의 형태로 구현하여 더 많은 고객사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SaaS 기업으로서의 발자취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제품에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고민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물을 떠다놓고 기도하는 마음이나 눈가린 채 나아가는 조급함 대신 각 마케팅의 준거가 되어줄 규칙을 어떻게 찾으면 좋을지. 사소한 자동화부터 그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낳는 거대한 임팩트까지. 오늘도 광고 시장은 새벽네시라는 생각을 합니다. 쨍한 오전이 되었을 때의 풍경을 상상하며 언제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희는 이 글을 읽으시는 그 어떤 분들과의 커피챗에도 열려있답니다. 그럼 이만 저는 또 대시보드를 새로고침하러 갑니다!


✅ 본 글은 믹스 오리지널 컨텐츠로 기고한 글로, 본 글 외 다양한 믹스의 콘텐츠는 본 하이퍼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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