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에 보면 술꾼 남편 때문에 걱정이 끊일 날 없는 아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부인은 결혼한지 20년이 넘었는데 남편의 지나친 음주벽과 술주정 탓에 하루도 빼지않고 마음고생을 해 왔답니다. 이제는 술만 봐도 독약으로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고통을 받고있는 부인에게 스님이 조언을 했습니다.
"오늘부터 매일 108배를 하면서 이렇게 기도를 하세요. '부처님, 우리 남편에게는 술이 보약입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하루도 빠짐없이 남편에게 술상을 잘 차려주세요."
그래서 이 부인은 스님이 시킨대로 술상을 차려내기 시작했는데, 막상 남편은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이 여자가 절에 갔다 오더니 미쳤나' 하고 욕만 하더랍니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침마다 108배를 하면서 마음을 다지며 참고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꼬박 한 달을 쉬지 않고 기도를 했더니, 술은 무조건 나쁜 거다, 술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고, 남편이 술을 먹고 와도 별로 문제 삼지 않게 되었답니다. 아니 오히려 남편이 술을 많이 먹고 온 날은 술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술을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부인의 마음은 편해지고 가정의 불화가 없어졌습니다.
이런 일이 이어지면서 드디어 남편도 술을 적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자, 신이 난 부인은 매일 108배 대신 300배로 더 큰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오히려 술을 더 퍼먹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기도를 더 많이 하면 술을 끊을 것이라는 기대로 매일 300배씩 절을 했지만 막상 남편이 바뀌지 않으니 짜증이 났겠지요. 그 짜증을 남편에게 풀어댔을 테니 남편은 스트레스 때문에 전보다 더 많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괴로움이 남편이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 생각'에 집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입니다. 남편이 술을 먹지말아야 한다는 그 마음만 놓아버리면, 남편이 술을 더 먹는다고 해서 실망할 것도 없고 덜 먹는다고 해서 좋아할 것도 없습니다. 처음 기도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던 것은 남편이 술을 덜 먹어서가 아니라 남편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내 생각을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흥부는 제비 다리를 치료해 줄 때 작은 생명이 소생하는 모습에 기쁨과 행복을 느꼈을 뿐,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로 부자가 되는 행운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상 법륜 지은 "금강경 강의 59~61쪽"에서 요약)
우리 부부는 늦은 아침을 먹는데, 아내는 내가 너무 말이 없다고 불평을 하곤 합니다. 좁은 집안에서 하루도 빼지않고 3시 세끼 마주치며 사는데 무슨 이야기가 많겠습니까? 그래도 밥값을 하기위해서 노력은 합니다. 대개는 아이들이 보내준 사진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거나, 신문에서 읽은 재미있는 기사들을 눈여겨 보아두었다가 화제로 삼기도합니다. 새벽에 이 글을 읽은 그날 아침에는 이 이야기를 화제삼기로 하였습니다.
아내는 무언가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칭찬듣기를 좋아합니다. 점심을 한 상 잘차린 날은 내가 맛있게 먹을뿐아니라, '참 맛있다'고 표현을 하길 바라는 식이지요. 그래서 마침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겸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금강경의 핵심되는 가르침이 '나(我相)를 버리는 것'인데 그것이 어떤 것이냐 하면" 하고서 거창하게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부인이 결혼 20년 내내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서 걱정이 많았는데…"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갑자기 아내가 손가락으로 자기 뺨을 가리키지 않겠습니까? 혹시 어디가 가려운가 싶어서 "왜그래?"하고 물었더니 "나야!"하는 겁니다. 얼른 알아듣지 못한 나는 "어디 가려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다시 아내는 손가락으로 뺨을 가리키며 "바로 나야!!!"하는 겁니다.
아니고, 이 멍충이,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통을 통째 집어넣다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
포복절도, 도저히 웃음을 끊을 수 없는 즐거운 아침식사였습니다. 쯔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