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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Jan 31. 2024

결이 비슷한 사람들

느슨하면서도 단단한

어제부터 오래간만에 슬초(슬기로운 초등생활) 브런치 1기 오픈 톡방이 활기를 띄었다.

방학이라 꽤 조용했던 톡방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녀들이 그 조용한 시간에도 결코 조용히 지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어디선가 혼자서 책을 읽으며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있을 테고 노트북 앞에서 쉬지 않고 자판을 두드리는 이도 있을 테지.

혼자만의 공간이 없다한들 집안 어딘가에서, 카페에서 나와 같은 책으로 필사를 하고 있었을 테지.


또한 그 누군가는 매서운 추위를 뚫고 샛별을 보면서 수영을 하고 왔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헬스장에서, 홈트를 하면서, 줌바를 하면서, 사이클을 타면서 흠뻑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워킹맘들은 방학이라 더 애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나 역시 오늘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었다.

(방학이라 주 1회 출근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틈틈이 걷고 열심히 읽고 필사를 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나누고 쪼개면서 오늘 하루를 나름 성실로 채워가려는 노력을 더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나 혼자 하고는 있지만 결코 혼자 하는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그녀들과의 톡방에서 어제와 오늘 '축하 대 잔치'가 펼쳐졌다.

브런치 작가 데뷔 후 확언의 힘을 경험한 작가님 강의가 오늘 인천의 S도서관에서 이루어졌고 다른 작가님의 브런치북이 인기가 높아져 순위권 안에 올라왔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슬초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 톡방이 개설되고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톡방에 남은 사람은 158명 정도다.

물론 그 안에서 소위 눈팅만 하는 멤버들도 있지만 그 작가님들도 어디선가 각자의 역할을 잘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믿는다. 아무리 바빠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생존신고와 함께 축하를 해주는 그녀들이 있기에 톡방의 분위기는 더욱더 후끈 달아오른다.


톡방에서 이러한 좋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물론 슬픈 일을 함께 나눌 때에도 그렇다) 이 톡방에 계신 작가님들의 선한 마음에 항상 감동을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몰래 질투를 한 적이 1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하고 있다)

톡방을 통해서 '타인의 잘 됨'이 마치 내 일처럼 기뻐하고 진심으로 축하를 전해주는 그녀들의 진실된 메시지들을 보면서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나의 삶 속에서 또 다른 기쁨의 매개체다.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당시,

그게 뭔지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글이나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한 것만으로도 그때부터 작은 연결 고리가 생긴 것이다.


연결은 타인에게서 나와 같은 결을 찾아내는 일이다.
저마다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우리가 인간으로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결이 반드시 있다.
나는 그것을 선함이라고 믿는다.
선함은 인간을 가장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는 고리다.
그 고리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의 닮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와 닮았을 당신과도 이 글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 김민섭 작가> 프롤로그 중에서-


그 작은 연결고리가 1년 남짓한 시간의 흐름을 타고 오프라인 만남으로, 글쓰기 모임으로, 책 읽고 나누는 모임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운동하는 모임까지 점차 확장되는 과정 속에서 지금은 그 연결 고리가 좀 더 단단하고 촘촘해진 느낌이다.


지나온 시간 동안 브런치 스토리에 발행된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같은 책을 읽고 나눔으로써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더 많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어디선가 걷고 뛰고 있을 그녀들과 비슷한 삶 속에서 닮음을 찾으려 했고 그들을 닮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 단단하고 촘촘해진 고리로 조금씩 결이 비슷한 사람이 되어 가는 중이다.


언젠가부터는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라고 삶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타인이 잘됨을 바라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은 아니다.
결국 개인은 자신과 결이 같은 이들과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들의 잘됨이 자신의 잘됨이 될 것을 믿는다.
우리는 그러한 결을 가진 선한 개인들과 계속 만나야 한다.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 김민섭 작가> 중에서 -


최근 읽은 김민섭 작가님의  책 두 권을 보면서 유독 슬초 브런치 1기 작가님들이 계속 떠올랐다.

특히나 어제오늘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작가님들 덕에 책의 내용 일부도 같이 나눌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만날 수는 없지만 나와 결이 비슷한 선한 개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

결국 그들이 잘됨이 나도 잘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도 다 그녀들 덕분이라는 사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만나야 하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느슨하면서도 단단한 연결고리로 인하여 우리는 끝내 다 같이 잘 될 거라 믿는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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