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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Dec 20. 2024

글 마중

그동안 공인중개사법 해설집 발간을 위해 책 만들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글을 쓸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지난 2년간 해설집을 편집하고 교정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삶이란 기나긴 시간의 연속이고 축적이다. 시간은 어딘가를 향해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자신 본래의 모습을 찾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촌음의 시간을 오롯이 한 곳을 향해 정진했다.


인생은 잘 살아도 후회 못 살아도 후회한다고 한다. 주말마다 서울과 세종을 오고 가며 느낀 것은 물리적으로 거리는 멀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멀지 않은 이웃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에 차량이 붐비는 시간에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힘들지만 차량이 적은 시간에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기분도 좋고 상쾌하다. 최근에 젊은 시절보다 늦은 나이에 차를 운전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나이가 드니 낮이 아닌 밤 운전이나 차량이 많은 시간은 피해서 운전하게 된다. 손주를 보러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다시 세종으로 내려온다.


지금에 와서 시간을 돌아보니 세종에 내려와서 보낸 시간도 그럭저럭 두 해가 넘었다. 어찌어찌해서 협회 연구원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면서 의미 있는 해설집을 만들게 되었다.


요즈음 한 주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세종에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다가오고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가서 손주를 보고 다시 세종으로 내려오는 반복의 연속이다.


내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은 나로 인해 발생하고 사라진다. 그런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겨 적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 이유는 생각과 감정이 수시로 변하고 한 곳에 머물지 않아서다.


잠시 머무르는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을 추슬러 노트북 화면에 전달하는 것은 손가락이다. 그렇게 정리된 생각과 감정을 노트북 화면에 제대로 전달하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새파란 눈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바로 생각과 감정의 일렁임이다. 생각이 작동하면 감정이 일고 감정이 일면 무언가 밖으로 표출하려는 욕구가 팽배해지면서 손가락은 저절로 자판기로 가게 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무언가 하나둘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그런 순간을 눈이 지켜보며 그려 내는 것이 글쓰기다.


겨울이라 사무실 밖은 춥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은 그리 춥지 않고 생각이 열리면서 감정은 말랑말랑하다. 그런 감정을 따라 생각이 부드럽고 유연해지면서 감정의 끝자락을 들추어 단어를 분출하게 된다.


젊은 시절 한 때는 글쓰기를 배우려고 이곳저곳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과 생각을 훌훌 털어버렸다. 내 마음의 글은 마음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 그 안에 있는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글이다.


사람은 자신이 목표한 목적을 달성하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의 목적 달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다른 세계를 여는 출발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세계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의 달성이 아니라 그 목적을 넘어서는 순간에 나타난다. 삶에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행복과 불행이 늘 공존하며 상생한다.


자신의 마음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이 찾아오고 슬프다고 느끼면 슬픈 마음이 생겨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은 쓰면 쓸수록 생각과 감정이 깊어진다.


글을 쓰면서 기쁜 마음이 들면 글쓰기가 한없이 즐겁고 글을 쓰면서 불행을 느끼면 글쓰기도 한없이 처량해진다. 글은 늘 낯선 손님처럼 곁으로 찾아온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반가운 것처럼 글 손님이 찾아오면 즐겁고 기쁘다. 내게 처음으로 글 손님이 찾아온 것이 언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고 희미한 기억 밖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지금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이렇게 내 마음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글쓰기는 마음의 표현이지만 그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내가 아닌 낯선 손님이다.


오늘도 내 마음에 찾아온 낯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비록 오늘도 현실은 고달픈 하루가 되겠지만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글이란 낯선 손님이 자주 찾아와 주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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