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닮지 않은 꽃

by 이상역

아침에 승상산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거리 곳곳에 붉은색과 분홍색의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다. 사월과 오월은 누가 뭐라고 해도 철쭉과 영산홍과 자산홍의 계절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가에 핀 붉은색과 분홍색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마다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붉은색 꽃이나 분홍색 꽃이나 모두 꽃을 피우기 위해 힘이 들었는지 저마다 각혈을 한 자국이 선명하다.


사월이 되면 주택가와 거리에 피는 붉은색과 분홍색 꽃을 만나면 기분은 좋은데 꽃의 이름을 몰라서 난감하다. 꽃의 크기나 색깔이나 핀 모습이 비슷비슷해서 종종 헷갈린다.


더군다나 그들이 함께 무리를 이루어 피면 어떤 종류의 꽃인지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저 분홍색 꽃이면 자산홍이나 철쭉이 아닐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영산홍인가 하고 지레짐작만 할 뿐이다.


며칠간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나름 몇 가지 구별법을 터득했다. 우선 철쭉은 영산홍과 자산홍에 비해 잎이 넓고 길며 잎의 겉면에 솜털 같은 흰 옷을 입고 있어 햇빛을 받으면 약간 희게 보인다.


그리고 철쭉은 나뭇잎이 꽃보다 약간 삐죽삐죽 솟아 나와 있고 꽃의 색깔이 흰색은 백철쭉으로 부르고 분홍색은 산철쭉으로 부른다.


철쭉과 영산홍과 자산홍의 가장 큰 차이는 꽃잎의 크기다. 영산홍과 자산홍은 철쭉꽃에 비해 꽃이 절반 정도가 작고 올망졸망 무리 지어 피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차이가 나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꽃을 들여다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영산홍과 자산홍의 구별은 꽃의 색깔로 나눌 수밖에 없다.


영산홍은 꽃이 붉게 피고, 자산홍은 분홍색이다. 철쭉과 영산홍과 자산홍의 차이점은 낙엽이 지는 가을이면 명확해진다.


가을이 되면 철쭉류는 낙엽이 지지만 영산홍과 자산홍은 겨우내 잎을 달고 지내는 특징이 있다.


꽃의 색깔을 보고 영산홍과 자산홍을 구분할 수 있지만 철쭉꽃에도 분홍색이 있어 자산홍과 철쭉이 같이 피어 있으면 꽃이나 잎의 크기를 보고 구분할 수밖에 없다.


사월과 오월에 붉은색과 분홍색의 꽃이 수를 놓지 않는다면 세상은 참 밋밋할 것 같다. 아파트 단지나 길가 곳곳에서 분홍색과 붉은색과 흰색이 어울려 있으면 화사하고 밝아 보인다.


봄이 되면 세상에 피어나는 꽃 때문에 일없이 바빠진다. 사람도 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존재의 꽃이 드러나듯이 꽃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 빛을 발하며 아름다움을 발산하지 않을까.


세상살이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길가에 핀 철쭉과 영산홍과 자산홍의 꽃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면서 "오늘은 어제보다 더 곱고 아름답게 피었노라."라고 말이라도 건네며 사는 것은 어떨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심의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