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사투리

by 이상역

우리말도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남아 있어 듣는 사람에 따라 발음이 달리 들리는 것 같다. 같은 말도 다르게 부르거나 같게 불러도 억양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의미가 다른가보다.


충청도나 경사도나 전라도 지역의 발음이나 억양은 조금씩 다르다. 미끄럼틀이란 단어에 대하여 각 지역마다 어떻게 발음하고 들릴까.


두 돌이 된 손주가 할머니와 단지 내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동영상이 카톡방에 올라왔다. 그 영상에서 손주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더니 할머니에게 "미역끔틀 아니야, 미끄럼틀이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할머니가 "잘못 말했네"라고 하자 손주가 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할머니는 경상도 분인데 실제 미끄럼틀을 어떻게 발음했는지 듣지는 못했다. 손주가 미끄럼틀을 타고나서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미역끔틀이라 말하고, 자기는 미끄럼틀이라 말했다"라고 한다.


할머니와 손주가 동영상에서 대화하는 것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두 돌이 된 손주가 할머니가 말하는 흉내를 내고 미끄럼틀을 "미역끔틀"이라 사투리로 말한 것을 고쳐주는 모습에 좀 놀랐다.


손주가 누구에게 미끄럼틀이란 단어를 배워 할머니 발음을 고쳐주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낮에 낮잠을 재우러 가거나 손주와 공원에 놀러 가서 이것저것 사물이나 꽃이나 나무 이름을 가르쳐 준 적은 있다.


손주와 걸어가면 빗물이 모여 빠져나가는 빗물받이 뚜껑이 있는 곳에만 가면 멈추고 서서 안을 한참 들여다보고 "물이 없네"하고 물이 한강으로 가고 한강에서 다시 바다로 간다고 말한다.


손주와 공원을 걷다가 몇 번 말해준 것 같은데 그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자기가 스스로 내게 설명해 주는 것이 신기하다. 빗물이 한강에 모여 바다로 가는 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요즈음 손주에게 제일 많이 듣는 것이 "뭐라고 말했어"라는 말이다. 손주가 밥을 먹고 있을 때 딸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면 손주가 밥 먹다 말고 딸에게 "할아버지가 뭐라고 말했어"라고 질문한다.


손주가 어른들이 표현하는 문구를 듣고는 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가 듣지 못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부모에게 "누가 뭐라고 말했어"라고 말하며 묻곤 한다.


어제도 카톡방에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손주가 "고향땅"이동요를 2절까지 불러서 좀 놀랬다.잠을 재우러 밖에 나갈 때마다 "고향땅" 노래를 불러달라기에 불러주었다.


그 노래를 몇 번 듣고는 가사를 외워서 할머니에게 불러주는 모습이 귀엽다. 손주가 노래 부르는 것이 신기해서 동영상을 반복해서 몇 차례 들어보았다.


손주가 성장할수록 손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귀여운 모습뿐만 아니라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신비로움과 놀라움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두 돌이 되는 시점이 성장의 분수령이란 생각이 든다. 말이 트이고 생각이 자라고 단어를 문장으로 문장을 노래로 부르는 것은 사고가 열리고 생각이 트이면서 무한대로 성장이 가능한 것 아닐까.


요즈음 손주와 말이 통해서 밖에 데리고 가서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가끔 손주 녀석이 말장난도 치고 하는데 맞장구 쳐주면 웃기도 해서 노는 것이 수월해졌다.

손주가 언제 이렇게 폭풍처럼 성장한 것인가. 생일 두 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말장난을 하고 동요도 부르고 사투리를 고쳐주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 것일까.


아이는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손주도 성큼성큼 자라서 홀로 생각도 하고 문장을 연결 짓고 노래를 부르니 벌써 다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손주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손주와 놀러 가는 맛에 자주 찾아가게 된다. 손주가 지금처럼 부지런히 자라서 나중에 할아버지와 등산도 가고 여행도 같이 다닐 수 있는 날이 마냥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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