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야근해야 될까?' 싶었던 날들의 끝은? 늘 야근. 언제 마지막으로 칼퇴를 해봤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야근식대로 산 맥도날드 핫크리스피치킨 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우스에 감자튀김 기름 끼가 묻어서 계속 거슬린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아무리 모니터를 보고 있어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피피티 초안에서 뭘 더 추가해야 할지 도저히 이젠 모르겠다.
생짜증이 밀려온다. 또 야근이다.
이제는 독서와 글쓰기를 멀리하게 된 이유에 야근이라는 놈을 데려와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팀원은 총 7명. 이 중에서 늘 야근을 하는 이들은 정해져 있다.
팀 내에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라 -
이런 것에 대해 불평불만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두더지 잡기처럼 불쑥불쑥 올라오는 두더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망치로 내려치며 잠재운다.
'나 다시 글 쓸 수 있을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했더라. 내 감각이 그래도 기억하고 있겠지?
퇴근길 지하철 밤 10시에 브런치 앱을 켜서 몇 문장 끄적여보다 다시 앱을 종료한다.
급기야 이런 생각까지.
굳이 글을 꼭 써야 할까?
먹고사는 데 지장 없잖아. 이렇게 밥벌이하고 사는 것도 버거운데.
글까지 써야 돼?
<쓰는 사람>이라는 내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니, 스스로 논점을 흐려가며 자의식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글을 쓰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은 지치고 힘든 사람,
지금 내 삶에는 글쓰기가 아니라, 커리어 관리가 필요할 때.
과연 그럴까?
나 지금 겁쟁이처럼 '추잡스럽게' 자기 위로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결론은 이렇다.
글을 써도 될까, 다시 잘 쓸 수 있을까, 왜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할 시간에 그냥 노트북을 켜서 글을 써버리자.
그 결과가 바로 이 글이다.
목적에 완벽함을 부여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실행을 안 하게 된다.
실행을 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하려고 하는 순간, 이면에는 '안 하려는 이유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애써 외면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운동, 일, 자격증 공부 등 모든 것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삶에 대한 태도가 되어 결국엔 내가 놀 수 있는 인생의 Pool을 결정할 것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