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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May 23. 2024

감사의 계절

연한 녹색빛의 싱그러움은 나의 마음을 잔잔한 출렁임으로 물들게 하고  그  위에  살포시 감사와 사랑을 얹는 계절이다.

오후의  한가한 시간, 잠시 시간을 내어  집 앞의 제민 산책하였다. 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니 평소 눈에 보이않았던 자연이 눈에 들어다. 예전보다  넓어진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가의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과 수줍은 듯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책하던  나의 시야의 끝자락에 햇빛을 머금은 이슬처럼 반짝이듯 누군가가 스쳐 지나간다.  금세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오래전 인연을 맺은 제자 부부가 아닌가?

한참 전 커피숍에 도착해서 기다리다 좀 더 빨리 만나고 싶어 달려 나온 제자 부부는 애완견 보무리와 함께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 준다.

그들은 스승의 날을 기억하고 멀리 인천에서 이곳 공주까지 방문을 한 것이다.

3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는데 스승의 날 즈음에  잊지 않고 꽃을 보내 주거나 찾아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갖다. 금년엔 바쁜 일정으로 시간이 넉넉지 않아 맛있는 국밥과 꽃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충북 옥천에서 근무하다 도관교류를 통해 이동한 곳이 바로 충남 당진이었다.

제자의 고등학교 시절  우린  같은 아파트의 위 아래층에서 살았다. 당시 3학년이었던 제자는 수업이 없었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린 수업이 끝난 후 가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제자와  나는 그때  만나 시간을 거슬러 무려  30년이 넘는 만남을 지속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녀는 공주의 간호대학에  입학을 하였고 공주에 머무는 동안 같은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제자와 나는 친정엄마한테 혹은 시댁에 가서 점심을 먹거나 많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제자는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오랜 기간 나의 아이들의 입학이나 졸업을 기억해 주는 등 가족처럼 가까운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기쁠 때 슬플 때 함께  웃고 함께  울어 주는 진정한  구는  많지 않다.

작년에  제자가 주고  카네이션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시들지 않고 피어 있었다. 늦은 가을까지 화분에서 잘 자라온 카네이션을 작 꽃밭에  옮겨 심었다.  눈보라와 추위를 견뎌내고 카네이션으로 가득 한 것을 보며 봄의 정원을 선물로 받은 듯 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과 아무리 가까웠어도 자주 보지 못하면 마음의 거리가 생겨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가까웠던 사람들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멀어져 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제자는 추석이나 설 명절날 멀리  부산의 시댁에 갈 때도 공주에 들러 꼭 나를 만나고 내려간다.

이제 50 가까운 나이이고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고 스승 사랑을 이어간다.

만날 때마다 '요즈음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다시 보게 된다. 라고 남편은 말한다.


"다양한 관계가  빈복되지만  몇몇의  의미 있는 관계 좋은 관계가 힘을 주는 듯하다며  나를 알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라고 제자는 말한다.  

 

오늘  카네이션으로 가득 피어난 화단을 보았다.

꽃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제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처럼  멀리에 있어도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우리의 만남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함으로  나의 삶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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