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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Aug 24. 2024

카페의 기억

휴식의 장소.

사유의 공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감의  장소.  

카페는 만남의 장소로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동네 커피숍은 때론 사랑방과 같아서 손님들과 연결되는 대화를 편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타 도시에서 교편생활을  하는 고객 한 분이 자신이 자라고 성장해 온 공주가 궁금하여 여행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우리 카페를 방문하였다.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분은 카페에 들어오면서 벽에 걸린 그림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힘든 과정을 거쳐 완성된  나의 그림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덕담을 나누었다.

나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작업과정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래서 공감이 이루어지는 아침을 맞이했다.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었다.  


카페는 누군가에게 지쳐 있던  몸과 마음에 쉼을 제공해 주는 장소라고 한다. 원활하게 일을 하기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비움과 채움의 근원이 되는 카페는 고요한  침묵의 바다처럼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싸운다.


사람들은 종종 물어 오곤 했었다. 오랜 시간 커피숍을 하면서  힘들지  않았냐고...

나의 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마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누군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커피숍을 시작하고  난 이후 여유로운 시간이  많이 주어지질 않는다. 정기휴일엔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물건을 하러 이곳 저곳을 찾아다닌다.  같은 지역인데도  서너 군데를 다니다 보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하루 일과의 마감 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자  아직 가 보지  않은 카페들을 누군가의 소개로 아 가 보기도 한다  

카페의 규모나 추구하는 컨셉이 각기 다르지만  여전히 우리가 좋아하는 취향은 그림이 많이 있는 갤러리 카페에 디저트와 파스타, 몇 종류의 피자가 있는 곳이 억에  남는다. 캔버스 같은 창문 사이로 보여지는 숲 속의 풍경은 창문마다 각기 다른 그림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가구들이 앤틱 느낌이 나기도 지만 전체적인 구조는 모던하고  심플하다. 거기에  멋진 그림 작품들이  한몫을 더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도 그곳에 있었다.

머리를 식힐 겸 쌓여 있었던 피로를 풀고 자 찾아가는 카페에서 많은 것들을 비우고자 찾아오지만 다시 로운 힘의 원천을 얻어 꽉 찬 채움으로 나의 일터로 돌아간다.


어저껜 영어공부를 처음 시작할 무렵 만났던 원어민을 이곳 커피숍에서 시 만났다.  많은 시간이 흘러 그녀의 귀엽던 모습도 이젠 많이 달라졌다. 처음 만날 당시 근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당시의 많은 기억이 떠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만들어 사과 파이를 맛볼 수 있었고,  난 치찌개 및 감자부침개와 김치를 넣은 만두를 만들 도 했었다. 아이들과 산림박물관에 김밥과 과일도시락을 싸 가지고 가서 펼쳐 넣고 이야기를 나누야외에서 피크닉을 즐기던 일들이 떠 올랐다.

커피숍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고, 억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을 쌓아 두는 인생창고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더라도,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커피숍과 공존한다.


옆에 앉은 아기가 활짝 웃고 있어 눈을 마주치고 '안녕'하고 손을 흔들면  아기의 엄마하고도 친밀한 관계로 서로 웃음을 주고받으며 대화가 이어진다.


어저껜 오래전에 윤영해 왔던 커피숍에 들렀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머물렀던 공간이기에 익숙하며 정감이 느껴졌다. 공간의 색감은 녹색에서 연노랑에 가까운 부드러운 색감으로 바뀌었고 차분함과 질서 정연함으로 편안함이 묻어난다.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맞이하는 저녁시간의 운치 있는 공간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와 함께 귀뚜라미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눈길을 끄는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가 늦은 저녁시간의 흐름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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