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지치고 세상에 부대낀 낙엽이 사방에서 흩날린다.
그러더니 눈발이 날린다.
그놈의 날씨 참 변덕스럽다. 겨울이 오려나 했더니 그냥 훅 들어와 버렸다.
커피숍은 날씨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마음의 생각을 대신 표현해 주는 듯하다.
대개는 비가 질척하게 오거나 눈보라가 험악하게 몰아치는 날, 그리고 폭염이나 살을 도려내는 칼바람 부는 추위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산하다.
하지만 예측 가능이 어려운 것이 사람의 일인지라 따뜻했던 날과는 달리 눈비 섞인 바람 불어 심란함이 극에 달해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 이어지는 날도 있다.
12월이 되면 온전한 한 해를 지내왔음에 감사의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이 기쁘게 느껴진다.
카페에서의 하루는 매일매일 다르다.
매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진 않는다.
같은 사람이 매일 오는 것도 아니다.
때론 이런 일들이 신기하다.
그러니 감사한 생각이 들 수밖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똑같은 날이 없으니 그로 인해 나의 하루하루가 매일 새롭게 느껴지며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추위가 며칠 계속 이어지고 비까지 내리니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는 잠깐의 산책마저도 엄두 나질 않게 한다.
비가 멈추길 바라며 처마 끝자락에 서서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백로 한 마리가 날아가는 쪽으로 구름이 흐르고 잠시 후 비가 멈춘다.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의 산책으로 마음이 상쾌해지고 걸음은 활기차진다. 거리마저도 가볍게 나를 포옹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오히려 따뜻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 듯하다.
산책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그중 한 길이 재래시장을 들르는 코스이다. 여자들의 고민인 매끼식사 해결에 관심과 시선을 끄는 점포에 눈이 멈춘다.
어느새 두 손 가득 누룽지와 고추장을 발라 말린 뱅어포가 들려 있다. 언제부터 단골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잠시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특별히, 자신의 일을 재미있어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밝은 에너지로 시너지효과를 얻게 되고 나도 어느새 즐거운 사람이 된다.
점포 주인장인 여자분은 커튼과 홈패션 일도 했었는데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의 음식을 만드는 일은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니 만드는 음식이 맛이 있을 수밖에 없지.
음식 만드는 일이 번거롭고 힘들 때 나는 때때로 찬거리를 사기 위해 그곳에 들리게 되었고 여러 갈래의 길 산책로 중에서 나만의 비밀공간 아지트처럼 느껴진다.
며칠 전 일과 후 작업실을 갖추고 공방을 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갔었다. 마침 작업 때문에 작업실의 난로에 장작을 넣어 불을 지피 우고 있었다.
'따뜻한 난로가 있는 작업실에서의 대화는 어떨까'?
친구가 제인을 한다. 작업실의 문을 연 순간 난로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을 보며 영화 '로맨틱 할리데이'에서 본 크리스마스의 겨울풍경들이 쭈욱 스쳐 지니간다.
창밖 나뭇가지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하얗게 덮여 있다.
계단 곳곳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레코트 음반처럼 보이는 책들이 즐비하고, 계단 따라 올라 서면 나지막한 작은 다락방이 보인다. 아직 가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처럼 그곳은 나의 영혼의 안식처 혹은 새 둥우리처럼 편안함이 묻어나는 장소가 된다.
어린 시절 추억의 아지트처럼 말이다.
글이 쓰고 싶은 생각에 브런치 스토리에 도전했던 시기가 작년 이즈음이었던 것 같다.
글을 쓴 지 불과 1년이 지났다.
커피숍의 메뉴가 새롭게 변화되듯 나도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진솔하고 따뜻한 글을 통해 마음의 잔잔한 감동과 평온을 얻는다는 지인의 말이 나에게 위로와 힘을 준다.
나를 돌아보아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나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나의 아지트가 될 것이다. 산책길, 글 쓰는 공간, 만나는 사람, 시장, 카페...... 이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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