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터지는 소리

어린이 관찰일지

by 혜윰

우리 반 A군은 2학년 전 담임선생님을 기함하게 만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수업시간에 뜻대로 안 되면 소리를 지르고 대성통곡을 한다. 이 아이와 어떻게 1년을 지내야 하나 심히 걱정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A군은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 결이 달랐다.


곱셈구구를 하다가 힘들면 못하겠다고 운다. 자기가 느끼기에 재밌어 보이는 수업은 듣는 시늉은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아예 다른 짓을 한다.

그러다가 어쩌다 손 들고 발표할 때 자기를 안 시켜주면

왜 안 시켜주냐며 운다. 설령 발표를 시켜줘도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책을 펴세요"라고 개별적으로 여러 번 이야기해도 접수가 안 된다. 가서 내가 책을 펴주는 게 빠르다.

그리고 주변정리가 하나도 안 된다. 너무 지저분해서 책상 속을 정리해 줬는데 무슨 마법 상자인 줄.

쓰레기를 치워도 치워도 계속 나온다.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 대근육 발달이 안된 건지 A군은 급식을 1등으로

받아도 자기 자리로 오는데 까지 한 세월이 걸린다.

급식판을 들고 오는 모습이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A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나는 A군 옆에서

주로 밥을 먹는다.


"떤땡님!"


A군은 입 주변에 밥풀을 잔뜩 묻힌 채 나를 부른다.


"저~ 이제~ 뚱찜문장(중심문장), 뒤빠침(뒷받침) 문장 이해하뚜 이떠요~"

"뭐?"


밥 먹다 말고 A군은 갑자기 국어시간에 배우고 있는 문단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서 어설프지만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의 차이를 말한다.

한 번은 샌드위치를 먹다가 샌드위치를 보면서,


"떤땡님! 이건 직각이 하나니까 직각삼각형이죠?"


라고 뜬금없는 말을 툭 던진다.


이렇게 가끔 도 터지는 소리를 하는 A군을

나는 싫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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