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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앙카 May 28. 2023

친정집 엄마밥상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 한다는 것. 누군가를 마음에 온전히 품고 있을 때만 일어나는 감정의 양상이 아닐까.
가장 원초적이고 오래된.

<집, 사람>, 김수경  183p




 오랜만에 친정집에 왔다. 아침 9시가 넘도록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게으름을 피웠다. 아이들도 깨고 소란한 소리에 겨우겨우 일어나 눈을 비비며  주방에 있는 엄마 곁으로 갔다. 약한 불에 올린 돌솥밥.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아침상인지, 저녁상인지 모를 10가지도 넘는 반찬이 식탁 위 한 가득이었다.


 연근을 곱게 썰어 밀가루를 묻히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가 "연근 부치는 거예요? 이 아침에?" 하고 물었다.  무뚝뚝한 엄마는 "응, 국산 연근이 좋아 보여서 사 왔지. 이까짓게 뭐라고~"  


 매일 아침 아이들 아침밥 차리는 일이 귀찮아서 어떻게 하면 간단히 때울까를 고민한 적이 많다. 몸이 피곤한 날은 특히 더 그랬다.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내 안의 게으름이 발동할 때면 식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엄마는 아빠와 언니, 두 손녀에게 먹일 돌솥밥을 앉히고 기본 밑반찬에 건강한 채소, 나물 반찬을 두 서너 가지씩 하신다. 누군가를 마음에 온전히 품고 있을 때만 일어나는 감정의 양상이란 문구를 읽고 엄마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집에 온 사위와 딸에게 뭐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엄마의  진심과 정성이 느껴졌다.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다. 엄마는 돌솥에 물을 가득 부어 끓인 뜨끈한 숭늉을 컵 한가득 채워 가족들에게 나눠주신다.  찐한 숭늉까지 마시니, 점심도 건너뛰어도 될 정도로 배가 가득 찼다.


 엄마는 음식은 먹는 사람에 대한 정성이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손수 차린 밥을 식구들이 아주 맛있게 먹는 걸 쳐다만 봐도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고 하신다.  마흔 넘은 딸을 여전히 온전히 품고 계시는구나 느껴진다.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받기만 하는 못난 딸이 어떻게 하면 잘해드릴 수 있을지 마음을 다해 생각해 본다.




사진출처:영화 '엄마의 공책' 제공 된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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