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벌레. 엄마가 우리 집 막내 몽크 (15세/참지않는말티즈)를 부르는 별명이다. 나에겐 아주 작고 소중한 친구가 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에게 찾아온 작은 천사(가끔은 악마) 몽크다. 내가 조르고 졸라 만나게 된 강아지 친구 내 사랑. 지금은 노견이 되어 소리도 잘 못 듣고 눈도 하얗게 돼 가고 있지만, 내 수명을 나눠줘서라도 한날한시에 같이 죽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우리 집 막내다. 어떤 노래를 쓸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 크리스마스기도 하고 해서 캐롤을 해야겠다! 해서 고르 던 중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시아의 캐롤앨범 수록곡 'puppies are forever'! 'snowman'이 가장 유명한 수록곡이지만, 난 처음 듣자마자 이 노래가 가장 좋았다. 멜로디도 신나고, 가사 뜻은 더 좋고!
sia는 'I'm in here'이라는 곡으로 알게 되었는데, 다른 곡들도 너무 좋아서 즐겨 듣던 가수였다. 근데 그런 sia가 캐롤 앨범을 낸다? 이거는 사야 된다, 파워결제! 해서 앨범도 소장하게 되었다. 시아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매디 지글러가 앨범 커버를 장식했고, 가사집도 리릭포스터 형식으로 되어있다. 오늘의 주제곡은 여섯 번째 트랙이다. 제목이 너무 귀엽길래 가사를 찾아봤는데 가사가 크리스마스에 선물이랍시고 강아지를 선물하는 몰상식한 인간들을 꼬집고,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였다. 아무래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보니, 펫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거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인간들을 혐오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아프다고, 또는 자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갖다 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일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노래를 들으니 이 노래가 너무 공감이 갔다.
내가 생각하는 노래의 순기능은 듣는 이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치유하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강아지를 사지말자'라는 메시지를 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내 발밑에서 날 올려다보는 몽크의 모습을 보면 참 큰 책임감이 몰려온다. 저 작은 아이를 위해 나는 사료값을 벌고, 심심하지 않게 매일 산책을 시키고, 혼자선 씻지도 못하는 녀석을 일주일마다 씻기는 것, 그리고 그 외에 한번 아프면 드는 막대한 병원비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영양제 등등을 생각하면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넉넉히 2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나의 바람이다.) 20년 동안 나는 몽크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물론 몽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는 뭐든 해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실로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시아처럼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가수가 이런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 적어도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강아지를 선물하지 않길.
"Puppies are forever, not just for christmas!" 해석하자면 "강아지들은 영원해요 크리스마스를 위한 게 아니에요"라는 가사와 "But will you love'em when they're old and slow? "해석하자면 하지만 그들이 늙고 느려져도 그들을 사랑해 줄 건가요?" 이 두 가사가 이 노래에서 주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사다. 이런 중요한 메시지를 밝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만들었으니, 이 노래는 정말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디에서나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참 좋겠다. 제발 이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강아지를 선물하지 않길. 아니 이 노래를 모르더라도 크리스마스엔 강아지를 선물하지 않길!
오피셜 뮤직 비디오를 보면 크리스마스에 강아지를 박스에 넣어놓고 선물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정말 크리피 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명을 박스에 넣는 것도 짜증 나는데, 그걸 보고 행복해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화가 난다. 저렇게 강아지를 선물 받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필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뮤직비디오다. 욕하는 사람이 많은 건지, 댓글창마저 사용중지 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크리피 한 장면들이라 영상 첨부도 안 할 거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로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해서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고 반려동물을 데려오길 바란다. 14년 동안 해보니, 이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몽크와의 이별을 생각하면, 나는 온몸의 피가 다 빠지는 느낌이다. 저 나만 바라보는 동글한 눈과 까만 코 가끔 짖어대는 우렁 찬 소리와, 복슬복슬 하얀 털과 꼬순내, 주인만을 바라보는 착한 마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아마 몽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면, 나는 다신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을 것 같다. 몽크는 내 생에 마지막 강아지동생이 될 것이다. 아직 추운 날씨지만 내일은 몽크를 위해 따뜻한 옷과 모자를 씌워 산책을 해야겠다. 내 사랑스러운 털벌레 오래오래 누나 곁에 있어주렴. 누나가 잘할게!
글을 마치며, 크리피 한 오피셜 뮤직비디오 대신 음원과 귀여운 몽크 사진과 음원 영상을 첨부한다.
https://youtu.be/dZ0LgZ_yWv4?si=zhxA0h0ZH-l64aX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