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민사고 이야기
민사고 서류접수가 14일 부터 시작된다. 서류접수를 마치고 1차 합격 통보를 기다리는 피말리는 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까다롭다고 소문난 민사고의 면접이 4일간 치러진다. 매년 크리스마스이브 혹은 그즈음에 1차 합격이 발표되는 것 같다. 올해 요강에도 12월 21에 1차 합격이 발표된다. 그리고 최종면접은 12월 26일 에서 29일까지 4일간 치러진다. 전국에서 모여든 민사 지원생들이 100분 면접을 어떻게 치르는지 현장 분위기와 함께 생생하게 기억해보려고 한다.
4일간의 면접 기간 동안 일단 내가 며칠에 몇 시에 배정이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1차 합격자 발표화면에서 날짜를 확인한다. 아래 1차 합격자 공지사항을 다운로드하면 내 면접일자와 시간이 나온다. 그리고 꼼꼼하게 준비할 사항들이 있다.
0. 면접 전형료 즉시 입금 ( 기간이 표시되어 있긴 하지만, 미리 입금해두는 것이 좋다) 1. 수험표 출력하기 ( 선명하게 뽑아서 홀더에 넣고 목에 걸게 만들어 주면 좋다. 오랜 시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손에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릴 수 있음 ), 2. 학생증 준비 3. 체력검사를 위한 운동복과 운동화를 튼튼한 걸로 준비해준다 아주 추운 날이라 롱 패딩을 입고 간 것으로 기억된다. 4. 간식 준비 : 교내 매점이 없어서 기다리는 동안 배가 고프다. 특히 가족 중에 동생들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간식을 꼭 가져가야 한다. 횡성휴게소를 엄청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난다.
면접에 웬 숙소 예약이냐 하겠지만, 앞에서 말한 면접 학원에서 같이 시험 보러 가는 팀이 4일간 내내 함께 머물면서 최종 면접을 함께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가는 팀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는 경우도 아침일찍이나 오후반에 면접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넉넉하게 하루 전쯤 숙박을 하는 게 낫다. 학교도 한번 돌아보고, 마음 가짐도 다지는 시간이 된다.
횡성은 아무래도 처음이기도 했고, 첩첩산중에 숙소가 있을까 했지만, 의외로 깔끔한 펜션 단지가 꽤 있었다. 약 20-30명 남짓이라고 기억하는데, 아들이 다니던 학원에서 단체로 일괄 숙소 예약을 해주셨고, 안 그래도 국내에 들어와 친척집을 전전하던 우리 가족들에게는 감사한 일이었다.
면접기간인 4일간 하루를 제외하고는 3일 동안 피치 못하게(?) 횡성 관광을 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횡성한우를 맛봐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횡성으로 가기 전에 강릉을 거쳐 오죽헌에 가서 사임당의 기를 받고, 이율곡의 손도 잡고 오셨으면 한다. 강릉에 허난설헌과 허균 남매를 두부를 팔아 키운 초당의 마을이 있으니 꼭 기를 받아 가시길 권한다. 뜨끈한 순두부와 갓 빚은 생두부와 각종 두부요리들로 아침식사를 하는 건 횡성으로 가기 전의 의례이기도 했다.
횡성 한우는 둔내 농협에서 직접 구입해서 펜션에 들어가 구워 먹는 것이 최고다. 인근 식당에서 횡성한우를 구입해본 적이 있는 분들은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싸서 손 떨려 보신 경험도 있으실 거다. 둔내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면 민사고 학생들과 가족들을 많이 만난다. 교복 입은 아이들도 보이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처럼 면접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만났다. 평소 아이들을 방문하러 오신 재학생 부모님들도 이곳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기숙사에 넣어주시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장을 보러 자주 오신다. 민사고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라 너무 정겹기도 하고, 지금은 졸업을 해서 안 간 지 오래되었는데 꼭 횡성 가면 둔내 농협에 가서 고기를 사들고 오고 싶다.
강릉 오죽헌은 사임당의 친정 식구들이 인근 부동산을 대대손손 관리하며 살고 있었다. 입구에 전통찻집의 주인장이 흰머리가 고운 부인이셨는데, 예사롭지 않아 여쭤봤더니 사임당의 몇 대 후손이라고 하셨다. 입구로 들어서 오른쪽에 사임당이 가장 아꼈던 엄친아 율곡의 동상이 우뚝 서있다. 아들과 나는 율곡의 피겨와 사임당의 피겨를 하나씩 나눠서 지니고 있었다. 율곡은 한 손으로 책을 들고 한 손을 내리고 있는데, 까치발을 하면 율곡의 손가락을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사임당의 드라마를 기념하는 비석 등이 세워져 있고 빙글 돌아 나오는 오죽헌 바깥 마당에 사임당 언니가 자리 잡고 계시다. 얼마나 의지했었는지 모른다. 언니, 어떻게 그 많은 자식들을 키우셨어요. 공부시킨다고 고생하셨어요. 저에게도 힘을 좀 주세요.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사임당의 손을 잡는다.
초당 허엽은 허난설헌과 허균의 아버지이다. 난설헌은 딸이었지만 천재적인 글솜씨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는 아들 균과 똑같은 난설헌을 교육시켰다. 초당은 간수 대신 바닷물을 가지고 두부를 만들어서 기가 막힌 맛을 냈다고 한다. 어디 가든 비슷한데 인터넷을 찾아보면 열대여섯 개의 초당두부집에서 한두 군데 유명한 곳이 나온다. 정말 뜨끈한 두부요리는 아침식사로 권해 드린다.
학교 입구는 여기로 들어가는데, 이리로 가려면 파스퇴르 공장을 거쳐서 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민사고 뒷문에 정식으로 입구 공사를 했다고 한다. 파스퇴르 공장을 지나서 학교 뒤쪽이다. 그런데 뒤쪽 문 사진자료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무튼 이제 공장으로 들어가서 정문으로 가지 않아도 되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럼 그 멋진 다산과 충무공의 동상을 보지 못할 테니 아깝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냥 공장으로 들어가심이 좋을 듯하다.
가슴이 웅장 해지는 민사고의 교문.
다음 편은 면접 1일 차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모두 1차 합격통지를 받으셨길 바라며 천천히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