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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진 Dec 08. 2022

민사고의 특별한 면접 복기 1

민사고 엄마 이야기


 민사고 면접에 들어갔던 응시생들의 실제 경험담을 복기한 자료가 내 유에스비에 남아 있었다. 나는 대치동 엄마는 아니고, 한 달 남짓 치열하게 대치동을 헤매었던 것이 전부이다. 이 자료는 개인적으로 민사고 입학생들에게 문의하거나 학부모들을 통해 주고받은 경험담이므로, 시중에 공개된 면접지원전략의 사례집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믿는다. 메일로 문의를 주시는 어머님들 중에는 지방에 살아서, 혹은 여건이 안돼서 학원은 못 다니겠고, 면접 복기 파일을 보내주실 수 있느냐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어머님도 아이도 목표로 하는 것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아들은 학원이 키운 민사고 생이 아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독서하고, 자료를 모으는 등 할수 있는 노력을 다 했다. 그리고 한 달 남짓 학원을 비집고 들어간 것도 그 중 하나다. 적어도 민사고를 응시하는 학생이라면 내 아이의 약간의 천재성(?)을 믿고 요행을 바라지도 말고, 안되면 말고 식의 자세도 아니어야 한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마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꺽마'의 마음이 중요하다.   


 학원 관계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면접 학원의 수업이 워낙 광범위하고, 정해진 모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면접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대치동 학원도 다닐 여건이 안 되는 많은 민사고 지원생들에게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연재해 보려고 한다. 먼저 오늘은 국어 면접에 대한 복기 자료를 공개한다. 민사고 응시생들은 머리가 좋으니 분위기만 익히면, 앞으로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힐 것으로 믿는다. 





민사고 면접날은 정말 너무너무 추웠다. 


아래 자료는 민사고에 응시한 학생이 직접 면접 상황을 기억해서 작성한 문서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함께 곁에서 도와주시는 선배께서 면접관 대략 파악해주시고 예의 바른 거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 하시길래 인사 배운 대로 공손히 하고 들어갔더니 또 좋아하셨어요. 인사하고 앉았더니 이게 무슨 면접이냐고 물어보시길래 국어라고 대답했어요. 


면접관께서 지문 7분 줄테니까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지문은 시 하나에 수필 한 편이었는데 시는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 에로>였고, 수필은 개미가 끈질길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생물체들과 공생하기 때문이며 경쟁만 하는 사람들은 개미들과 같이 살 필요가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면접관: 시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볼래요? 뭐, 첫 번째 행부터 몇 번째까지 이렇게.


나: (여기서 몇 번째 행부터 몇 번째 행까지 하나, 뭐 이런 식으로 나누어서 말씀드렸어요)


면접관: 그렇게 나눈 기준이 뭘까?


나: 저는 나무가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뻗어 나아가며 성장하는 상태, 그리고 지상으로 뻗어 나와 진정한 나무가 된 상태로 나누어보았습니다. (정확히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제가 나눈 기준을 말씀드렸어요.)


 면접관: 그럼 내가 수험생이 나눈 기준에 반박 한 번 해볼게요. 학생은 지금 씨앗에부터 완전한 나무로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을 나누었는데, 처음부터 나무는 가지도 있고 이미 나무로써의 형태를 갖춘 상태이거든. 나눈 기준이 잘못된 것 같은데?


나: 아, 제가 성장이라고 한 것은 씨앗에서부터 나무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나무가 어렵고 추운 환경을 이겨내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결국 파릇파릇한 나뭇잎을 달게 되는, 진정한 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을 의미한 것입니다. 

(이다음부터는 잘 기억이 안 나서.. 질문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쓰고 제가 답한 것도 기억나면 쓸게요.)


면접관: 시를 형식상으로 분류하면 어떻게 분류할 수 있지? 세 가지로. 자유시, 그리고?


나: 자유시, 정형시..


면접관: 그리고 하나 더?


 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앞에서 말하던 거에 비하면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산문시..?


면접관: 그렇지, 산문시. 그럼 이 시는 무슨 시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정형시는 아닌 것 같고.


나: (이때 좀 헷갈려서 고민했어요 계속, 그랬더니 면접관분께서 그냥 진행하시더라고요.)


면접관: 뭐.. 자유시에는 내재율이 있잖아. 내재율이 느껴지는 것 같나?


나:.. 죄송한데 내재율이 뭔지 정확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면접관: (웃으시면서) 시를 읽어볼 때 조금씩 느껴지는 운율


나: 아.. 네 (이러면서 운율 느껴지는지 다시 조용히 읽어봤어요) 


면접관: (조금 기다리시다가) 뭐,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죠? 그래서 자유시 같기도 하고.. 형식 보면 산문시 같기도 하고..


나: 네.


면접관: 이 시가 지금 어떠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서정시 같나, 서사시 같나?


나: 저는 서정시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시 속에서 ‘몸속으로 불타면서’ 등과 같은 감정을 담은 시구들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서정시라고 볼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그럼 수필로 넘어가서, (이때 처음에 줄거리를 물어보셨던 것 같은데 자세히는 기억 안 나요. 근데 아마 제가 그 수필의 줄거리를 언급했던 것이 기억나는 것으로 보아 물어보셨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 기억나는 질문부터 정리해볼게요.)


면접관: 수필에서 지금 개미처럼 공생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잖아? 근데 인간은 공생을 하면 나중에 호랑이에 잡아먹힌다던지, 그렇게 위험하게 되지 않을까? 내 말에 반박해볼까?


나: 물론 함께 공생해서 살아가다 보면 잡아먹힌다던지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았을 때, 다른 동식물들을 계속 잡아먹고 산다면 어느 순간에는 동식물들이 다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인간들도 다양한 동식물들과 협동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야 합니다,


면접관: 어, 근데 인간만 생각하면 위험한 존재들을 공격하는 게 유리할 거 아니야?


나: 위험한 존재들을 경계할 필요성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가 모두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미물들이 있기에 생태계는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장은 인간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거시적인 생태계 전반을 본다면 인간에게 유리한 것이 다른 생물에게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상호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를 '공격'이라는 방식이 아닌, 방어'라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재적 위험을 차단하는 것은 숨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수필과 소설의 차이점이 뭐지?


나: 저는 허구성의 유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응, 그럼 수필은 허구성이 아예 없나?


나: 음, 아예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전달하고자 하는 진리 혹은 진실을 꾸며낸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고 한다면, 수필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데에 허구성을 가끔씩 집어넣어 전달하는 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때 허구성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제가 학교에서 규중칠우 쟁론기가 고전 수필이라고 배웠는데 규중칠우 쟁론기가 허구성이 있는 이야기라 가끔 허구성이 있다고 말해버렸어요. 심지어 규중칠우 쟁론기 얘기도 안 하고!)


면접관: 이 시와 수필을 봤을 때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니?


나: 시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어려운 환경을 이겨 나아가는 것, 그리고 수필에서는 서로 공생하면서 사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풍파를 이겨내면서 스스로 으스러지고 망가지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서 꽃을 피우는 방법과 내가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협력자를 통해 상호 성장하는 방식입니다. 


면접관: 본인은 개인의 성장을 위해 어떤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나요?


나: 저는 후자의 공생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탤런트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부족한 것을 이겨나가기 위해 혼자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켜서 그 능력으로 내가 못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과 협력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또 다른 질문 하시려는데 종 쳐서 인사하고 나왔어요.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0%9C%EB%AF%B8%EC%99%80-%EA%B3%B0%ED%8C%A1%EC%9D%B4-%ED%95%A8%EA%BB%98-%EC%A7%84%ED%99%94%ED%95%98%EB%8A%94-%EA%B4%80%EA%B3%84/

가위개미와 곰팡이의 공진화





 역시 민사고생 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면접관에게 설명을 부탁하는 뻔뻔함도 당당하게 보인다. 국어는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데 주로 시와 수필을 한 개씩 제시문으로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들도 시 하나와 수필 하나를 제시문으로 받았다고 했다. 위의 학생이 합격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국어시간에 배우는 교과서적인 질문, 예를 들어 시라는 장르를 분석하는 질문과, 어휘에 대한 문법적인 질문도 많이 나온다. 


국어 면접이지만, 생명과학, 인성, 자신만의 인생철학 등이 엿보이는 답변이 독특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외운듯한 답변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면접관에게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가는 기지가 돋보인다. 


 자세나 말투도 굉장히 중요하다. 면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바르게 의자에 앉고, 등을 곧게 펴고 질문을 기다리는 자세를 연습했다. 면접관의 눈을 마주하고 부드러운 표정과 자신감 있는 눈빛을 보여줘야 한다. 간간히 유머를 구사하기도 한다. 아들은 중 1 때 철없이 사귀었던 여자 친구 이야기를 김춘수의 꽃에 비유해 공감을 자아냈고, 면접관들과 한껏 웃었다고 했다. 시를 시로써 받아들이고 공감했던 순수한 마음에서 인성을 엿보셨던것 같다. 


이런말을 들었다, 민사고는 원석과 같은 아이들을 원한다고. 

그래서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도 못하는 아이들이 갈수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꼴찌할걸 알면서도 민사고에 보냈던 엄마들의 마음이 다 그랬을 것이다. 민사고에 가면 누구나 꼴찌를 경험한다. 아들도 어느 과목에서는 일등을 했고, 또 다른 과목에서는 동시에 꼴찌를 겸했다. 아주 독특한 경험이다. 나의 재능과 약점을 정확하게 인정하게 된다. 그게 민사고의 장점이다. 꼴찌가 무서우면 민사고를 지원하면 안된다. 그래서 민사고에 합격한 아이들은 참 달랐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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