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사라졌지만

by 남킹


부제: 금빛 새벽녘, 푸른 들판에 차가운 비가 내려

백조와 올빼미가 변증법적으로 합일한 후 창조된, 새벽과 황혼이 영원히 공존하는 세계. 시드는 그 신비로운 지평선 위에 홀로 서서, 다가올 마지막 만남을 기다렸다. 그의 내면은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고요한 바다와 같았다. 수많은 질문과 갈등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지만, 이제 그는 그 모든 경험을 품은 채 더 깊고 잔잔해진 심연을 갖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구원을 갈망하지도, 파멸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그때, 지평선 저편에서부터 한 인영(人影)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인영은 안개 속에서 나타나거나 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처음부터 그 풍경의 일부였던 것처럼,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대지 위를 자연스럽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걸이에는 어떤 망설임이나 서두름도 없었다. 그것은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과도 같았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시드는 마침내 그녀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율리아’였다.

그러나 그녀는 시드가 이 꿈의 여정 속에서 만났던 그 어떤 율리아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기억 속에 박제된 순수한 소녀(Julia of Memory)가 아니었고, 신화적 권위를 지닌 꿈배의 여왕(Dreamboat Queen)도 아니었으며, 파괴적인 유혹의 화신인 벨벳 신부(The Velvet Bride)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는 그 모든 환상의 껍데기를 벗어버린, 있는 그대로의 율리아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드가 마침내 자신의 내면적 통합을 이룬 후에야 비로소 왜곡 없이 마주할 수 있게 된, 율리아라는 존재의 본질, 그녀의 ‘이데아(Idea)’였다.

그녀는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다. 낡은 청바지와 스웨터. 화장기 없는 얼굴에는 삶의 피로와 슬픔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깊은 이해와 연민이 담긴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은 더 이상 밤하늘이나 검은 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맑고 투명한 호수와 같아서, 시드는 그 눈동자 속에서 괴물도 신도 아닌, 상처 입고 혼란스러워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비춰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언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수많은 오해와 고통의 세월을 넘어, 두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곳에는 더 이상 원망도, 죄책감도, 미련도 없었다. 오직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두 순례자 사이의 고요한 이해만이 존재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율리아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공감각적 선율이나 유혹적인 속삭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드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따뜻한, 현실의 목소리였다.

"오랜만이야, 키스." 그녀는 그의 본명을 불렀다. 그 순간, '시드'라는 신화적 이름의 껍데기가 마지막으로 바스러져 내렸다. 그는 로저 키스 배럿으로 돌아왔다. "길고 힘든 꿈을 꾸었구나."

"율리아…."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미안해. 내가…."

그녀는 부드럽게 그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가져다 댔다. 그녀의 손길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를 담고 있었다. "쉿. 더 이상 ‘미안해’라는 말은 필요 없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어둠 속에서 최선을 다해 싸웠을 뿐이야. 너는 너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녀의 말은 용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용서보다 더 깊은 차원의 이해, 즉 모든 인간이 각자의 한계와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근원적인 긍정이었다.

"나는 이 꿈속에서 당신을 찾아 헤맸어." 시드가 말했다. "당신을 되찾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지."

율리아는 슬프게 미소 지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믿었어. 내가 당신 곁에 있으면, 당신을 혼돈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없었어, 키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각자 자신 안에 있는 구원과 파멸의 가능성을 비춰주었을 뿐이지. 진정한 구원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서만 오는 거야. 그리고 너는 마침내 그것을 해냈어. 너는 너 자신과 화해했잖아."

그녀는 시드의 내면에서 일어난 모든 변화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꿈속 인물이 아니라, 그의 영혼이 마침내 도달한 깨달음의 경지가 의인화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시드가 물었다. 그의 마음 한편에서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미련이 남아 있었다. 이 통합된 세계 속에서, 이 온전한 율리아와 함께 영원히 머물고 싶다는 갈망.

율리아는 마치 그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꿈을 꾸자니, 꿈은 사라졌지(Behold a dream, the dream is gone)." 그녀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곳은 아름답지만, 진짜 세상은 아니야. 이곳은 네가 현실을 감당하기 위해, 너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했던 중간 지대, 연옥(Purgatorio)과도 같은 곳이었어.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해."

"돌아가고 싶지 않아." 시드의 목소리에는 어린아이 같은 두려움이 묻어났다. "현실은… 너무 고통스러워. 그곳에는 당신도 없잖아."

"아니, 나는 거기에 있어." 율리아가 말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더 이상 당신 곁에 있는 물리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나는 당신의 일부가 되었어. 당신이 나를 통해 배웠던 사랑과 고통, 그리고 당신이 마침내 찾아낸 이 내면의 평화 속에 내가 살아있어. 마찬가지로, 당신도 나의 일부야.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상처와 환희는 모두 내 삶의 무늬가 되었고, 나는 그것을 안고 계속 살아가고 있어."

그녀의 말 속에서, 시드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마지막 깨달음을 얻었다. 사랑은 소유나 합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개의 독립된 존재가 서로의 삶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각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별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 사랑이 내면화되는 과정의 시작일 수 있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키스." 율리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그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를 떠나보내기 위한 마지막 작별의 온기를 전하고 있었다. "두려워하지 마. 현실은 네가 도망쳤던 그곳과 더 이상 같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네가 변했으니까."

그녀는 지평선을 가리켰다. 해와 달이 공존하던 신비로운 하늘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밤의 장막이 걷히고, 새벽의 빛이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깃털 이불 연대기’의 끝에서 보았던, 금빛이지만 차가운 새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훨씬 더 부드럽고, 희미하며, 현실적인 빛이었다.

"현실은 완벽하지 않아." 율리아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곳에는 여전히 고통과 혼란, 슬픔이 존재해. 금빛 새벽녘에도 푸른 들판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지. 하지만 이제 너는 그 비를 피하지 않고 맞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어. 너는 그 빗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젖은 흙냄새, 풀잎에 맺힌 물방울,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 같은 것들 말이야. 그것이 삶이야, 키스. 완벽한 행복이나 절대적인 절망은 없어. 오직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 자신이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야."

그녀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주변의 새벽 공기 속으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 속으로, 시드의 숨결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외부에서 내부로, 대상에서 원리로 변환되고 있었다.

"기억해."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그의 영혼에 직접 각인되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의 안에는 너를 파괴하려 했던 모든 어둠과, 너를 구원한 모든 빛이 함께 있어. 그리고 내가 항상 함께 있을 거야. 너의 노래 속에, 너의 그림 속에, 그리고 네가 살아갈 모든 순간 속에."

그녀는 완전히 사라졌다. 시드는 다시 광활한 세계에 홀로 남겨졌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의 내면은 충만했다. 그는 율리아를 잃었지만, 동시에 영원히 얻었다.

주변의 세계가 급격히 해체되기 시작했다. 새벽의 하늘은 낡은 필름처럼 바래져 갔고, 대지는 그 질감을 잃고 추상적인 감각으로 변했다. 꿈 전체가 그 구조를 유지하던 마지막 동력을 잃고, 근원적인 의식의 바다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시드는 눈을 감았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꿈의 풍경과 등장인물들, 그 안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깨달음이 결국 자기 자신이었음을, 자신의 영혼이 펼쳐낸 거대한 드라마였음을 받아들였다. 그는 꿈의 연출가이자 배우였고, 동시에 유일한 관객이었다. 이제 마지막 막이 내리고, 극장은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그의 의식은 부드럽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전의 추락처럼 공포스럽거나 혼란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긴 여행을 마치고 마침내 자신의 침대로 돌아오는, 평화롭고 안온한 귀환이었다. 그의 귓가에는 희미하게, 현실의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소리.

꿈은 사라졌다. 그러나 꿈이 남긴 흔적은 그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졌다. 그는 이제 깨어날 준비가 되었다. 새로운 아침을, 그리고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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