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상념
나는 목을 움츠리고 서둘러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작지만 그런대로 형식을 갖춘 둥근 광장이 펼쳐졌다. 잠든 분수와 외로운 조각상이 중앙에 있다.
하긴 어디를 간들 늘 이런 식이다.
행인은 거의 드물었다. 노랑 등을 단 빈 택시만 차갑게 줄지어 정차되어 있다. 보이는 것 모두 왜소해 보였다.
세 갈래로 갈라진 앙상한 가로수 길이 어둠 속에 누웠다. 느닷없이 포르쉐 한 대가 거친 굉음을 내며 광장 앞 대로를 지나 우레같은 반향을 안기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을 하였다.
낯선 도시는 늘 생경한 호기심과 다소 번거로운 혼란을 주었다. 나는 휴대전화기를 꺼내 내비게이션을 들여다보며, 호텔을 눈대중으로 짚어 나갔다.
대략 2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방향만 잘 잡는다면 말이다. 나는 가방에서 마알록스 한 봉지를 꺼내 모서리를 찢어서 입으로 쭉 빨아 먹었다.
나는 광장을 가로질러 좁고 불퉁한 돌로 만든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다행히 내비게이터가 그어준 녹색 선을 따라 나는 가고 있었다.
행인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북유럽의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늘 똑같다. 겨울의 밤은 무척 이른 시간에 시작하고 사람은 항상 눈에 띄지 않았다. 고요한 밤의 숨결만이 흐른다.
그저 바람과 가로등, 낙엽 밟는 소리와 한 번씩 울리는 경적이나 사이렌 소리뿐이었다.
약간 가파른 길을 올라갔을 때쯤,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네.”
나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어 선 채, 그녀의 답장이 주는 의미를 생각했다.
‘만나기 싫다는 뜻인가?’
하지만 만남을 제안한 것은 그녀였다. 채팅을 시작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아 그녀는 자기 주소를 내게 전달했다.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기다릴게요.”
“이번 주말에도 괜찮을까요?”
“네, 그럼요.”
“정말, 찾아가도 될까요?”
“네. 오세요.”
“그럼 이번 일요일에 집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네. 근데 집에는 여동생과 어린 딸이 있어요.”
“그럼? 집 근처 호텔로 할까요? 어차피 식당은 코로나로 모두 닫았을 테니까.”
“네. 그게 좋겠네요. 근데 호텔도 닫지 않았을까요?”
“비즈니스 업무라고 둘러대면 됩니다. 어차피 호텔도 손님은 유치해야 하니까요.”
“아. 네. 그럼 오세요.”
“같이 잘 건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