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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Apr 04. 2024

부속품

미리암과 레지가 탄 차는 점점 인적이 드문 곳으로 흘러가는 듯이 보였다. 지면이 튀고 앉은 자리가 고단했다. 맞은 편에 앉은 네가래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싱긋이 웃으며 그의 지저분한 이빨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레지는 가벼운 두통을 느낄 만큼의 역겨움을 느꼈다. 레지는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실내를 채우고 있는 폭력의 기운이 그녀가 이 상태에서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               


그들의 차가 건널목을 조금 지나 급정지했다. 이때 뒷문을 통통 두드리며 지나가는, 행인에 대하여, 운전하고 있던 사무엘은 큰 소리로 그를 향해 욕을 싸잡아 내질렀다.                

만약 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무엘에게 다가갔다면, 납치 미수로 마무리되고 미리암과 레지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명은 몇 번의 고비를 간당간당하게 넘기며 점점 수렁으로만 빨려 들어갔다.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고 차 지붕에는 차가운 비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를 단속적으로 내뱉었다. 그만큼 실내는 조용했다는 뜻이다.               

차가 다시 출발하고 나서 뒤에 있던 레지가 꿈틀거리며 조용히 외친 한마디는 네가래와 안타드스에게 빈정거림과 미소를 선사했다.               

“우리 집은 부자야!. 그러니 나를 죽이지는 말아줘! 너는 돈을 무척 많이 벌 거야!”               

사무엘이 가장 크게 웃었다.                

“지금 너희들을 원하는 자보다 이 도시에서 돈 많은 이는 아마 없을 거야. 바보야! 뭔지 모르면 잠자코 있어라!”               

차는 기찻길을 넘어 쭉 뻗은 도로에서 빗소리를 확대하며 지나갔다.                

“내가 하나만 말해주지. 걱정하지 마! 너희들은 죽지 않아! 너희들은 노리개로 팔려 갈 거야. 그냥 부속품이지.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알겠어! 결국 세상은 돈 많고 힘 있는, 사악한 자들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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