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
혜옥이를 만든 감독은 영화를 왜 이리 공포스럽게 만들었냐고 물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부위를 건드리는 이야기라서 적지 않은 고통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도 그분들의 트라우마가 이 영화를 통해 치유되길 바랍니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긴 위해선 그 상처를 직면해야 합니다. 두세 번 혜옥이를 보고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질 거란 바램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보면서 굉장히 께름직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지금 취준을 하고 있는 사람보단 이미 끝난 사람들이 보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
(ing 하다가 이거 보면 생각이 많아질 거 같잖아~~)
그럼 이 영화의 (지극히 주관적인) 명대사를 살펴보자.
매몰비용의 오류
계속된 시험 탈락에 무기력하게 인강을 듣기 위해 강의를 튼 라엘은 자신이 오랜 기간 들었던 공무원 강사가 매몰비용의 오류를 설명하면서 자신을 예시로 드는 것을 본다.
(대충 라엘이 4년 동안 성실히 공부해서 수업 시간에 매몰비용의 오류에 대해 물었더니 재채기만 하다가 나가더라 이야기)
자. 여기 있는 너희들도 아니다 싶으면 빨리 짐 싸서 여기 신림동서 나가. 몇 년을 공부한 게 아까워서 시간이니 돈이니 계속 투자하면서 있지 말고.
그 투자가 바로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하는 거야.
수업 시간에 매몰비용의 오류를 강조하면서 너희들은 끝까지 버텨서 합격하라고 한다. 그럼 그건 매몰비용의 오류가 아니라고.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불합격하면 그 시간들은 다 날리는 것이니 무조건 성공할 때까지 하라고 한다.
누군가는 불합격해도 괜찮다고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고 한다.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나름대로 결론낸 것은 전자는 타인의 시선에서, 후자는 자신의 시선에서 평가하기에 나타나는 차이라 본다.실패하면 준비한 시간들이 낭비라는 주장은 타인의 시선에서 100% 맞는 말이다.
남들은 우리의 결과만을 보지 과정을 보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우리의 공부 과정을 볼 수도 없다. 사람은 원래 자기 살기도 바쁜 존재다.
반면 불합격해도 그동안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배우는 것이 있을 때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오로지 본인만이 느낄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이미 포기한 패배자들이 자기합리화하려는 퍼트리는 얘기 아니야?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해도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보단 이런 합리화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훨씬 더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 더 멀리서 나를 바라보자. 나는 이 길 말고는 정말 다른 길이 없는 것인지. 혹은 이것이 내 인생의 최대 업적이 될 만한 것인지. 단언컨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날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포기하고 싶은데 포기할 용기가 없다
라엘이 엄마와 통화를 하는 장면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 다른 친구들처럼 취직도 하고 알바도 하고 그냥 그러고 싶어. 그만하고 싶어. 그만하면 안 돼?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라엘의 말을 듣지 못한다.
라엘이 음소거를 한 채 말했기 때문에.
라엘의 진짜 속마음은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만 차마 가족에게 말할 용기가 없는 라엘은 다시 한번 도전한다.
이 장면에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포기하고 싶지만 주위의 기대로 포기할 용기도 없는 그 순간. 내가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떨어진 걸 주변에 알려야 하는 게 더 끔찍했던 순간들.
나도 2년 차에 떨어지고 그만하고 싶었다. 하지만 특별한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 내가 다른 무엇을 할 수나 있을까.
계속 공부할 용기는 없고 새로운 걸 다시 할 그릇은 못됐다. 그러다 일 년간 공부를 쉬고 일을 하며 자격증을 딴 것이 마지막으로 도전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자신에게 비수를 꽂은 강사의 말(?)로 각성한 라엘은 시험 전까지 최선을 다한다. 모의고사도 계속 점수가 오른다. 그리고 시험 당일 모든 준비를 끝낸 라엘은 당당하게 시험장으로 향한다.
... 하지만 정말 허무한 이유로 시험에 말려버리고 그녀의 도전은 끝나버린다.
(이유는 영화에서 확인해 보세요><)
아니, 근데 진짜 있을 거 같은 이유라 더 짜증 난다. 너무 현실적이야 피도 눈물도 없는 영화...
과연 라엘은 이다음에 어떤 선택을 할까.
시험공부를 하는 당신이 힐링을 얻고 싶다면 이 영화는 시험이 끝나고 보길 권장한다.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