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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시리즈2)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다

40대 직장인 우울한씨의 우울한 은퇴생활~

by So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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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후반의 우울한씨는 중견기업의 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현 직장에서 약 15년정도 근속을 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능력있고 믿을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실세인 상무(대표이사 아들)가 우울한씨를 신뢰하고 있어 조만간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부서내에서도 부서원들의 신뢰가 높아 좋은 상사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울한씨의 아내도 맞벌이라 퇴근후에 집에 가면 없을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정리가 되지않은 집을 정리하고 빨래도 하고 저녁을 혼자 차려먹은 후 설겆이까지 해야한다.

그 후에 아내가 도착하면 얘기를 하고 싶어 말을 걸면 피곤하다고 다음에 얘기하자고 한다.

그리고 저녁10시쯤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면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면 대충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순간 우울한씨는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살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서글픈 마음에 냉장고에서 소주와 오이를 꺼내 한잔 기울인다.

생각할수록 분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돈 버는 기곈가? 그들에게 나는 돈 버는 기계이상 이하도 아닌건가? 나는 왜 집에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거지?" 별의 별 생각이 술기운과 함께 올라왔다.

처음에 잔으로 마시던 술을 병째 벌컥벌컥 마셨다.

다음 날 퇴근후 오랜만에 입사동기인 김부장,박부장과 함께 저녁식사겸 술자리를 가졌다.

술이 한 순배를 돈 후, 우울한씨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물었다.

"두 사람은 퇴근 후 집에 가면 집사람과 아이들이 반겨줘?"

먼저 김부장이 대답했다.

"나는 그런 편이야. 와이프가 전업주부니까 집에 가면 저녁 밥 해놓고 기다리지. 물론 아이들은 학원 마치고 저녁 늦게 오지만 와서도 서로 하루 일과에 대해 얘기도 하곤 해."

그 다음 박부장이 얘기했다.

"정말 부럽네. 나는 와이프가 맞벌이라 퇴근하고 가도 집에 없을 경우가 많아. 그래서 저녁 밥도 혼자 챙겨먹을 때도 많고. 아이들도 저녁 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면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 바뻐. 정말 슬픈 현실이야."

우울한씨가 박부장의 얘길 듣로 대답했다.

"박부장은 나랑 처지가 비슷하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그나마 위안이 되네.ㅎㅎ 그런데 김부장이 조금 부럽긴 해. 그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궁금해. 뭐야, 좀 알려줘?"

김부장은 별일 아니라는듯 대답을 하였다.

"나는 결혼 초반부터 와이프랑 퇴근후나 주말에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 사소한 일이라도 서로 공유하고 공감했던 것 같고. 그리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릴때부터 집에서 함께 시간을 가지며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도 그게 이어져오는 것 같고."

우울한씨는 마음속으로 '뜨끔'하는게 있었다.

결혼하고서 초기에는 집에서 와이프랑 대화도 하고 공감도 많이 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어느 순간 전혀 그렇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도 역시 어릴 때는 대화도 많이 했으나 아이들이 크면서 부터 자연스레 그런 것들이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서로 각자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가족들을 보며 우울한씨는 '계약가족'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게 너무도 서글펐다.

이미 너무 와 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지금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우울한씨를 괴롭혔다.

어쨌뜬 오늘도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에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출근길을 나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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