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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시리즈1) 직장생활에만 안주하며 퇴직을 맞다

50대 직장인 우울한씨의 우울한 은퇴생활~

by So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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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초반의 우울한씨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

20대에 고시공부를 하다가 접고 취업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늦깎이로 공기업에 합격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고객서비스를 주로 하는 공기업이다보니 민원인들과 실랑이도 자주 발생하고 민원도 곧 잘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끝나면 책임에서 면제가 되니 다음 근무자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지만 업무강도가 세지 않고 급여도 괜찮고 하니 다닐만한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울한씨의 직장생활이 어느덧 20여년이 되어간다.

이곳에는 진급을 하지않고 평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나이많은 직원들이 많이 있다.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한씨 역시 일한지 2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평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자기 할 일만 잘 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미련없이 퇴근하면 그뿐이다.

오히려 이 점이 우울한씨는 마음에 든다.

귀찮고 신경쓰는 걸 싫어하는 우울한씨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은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의 사내게시판에 공지가 전달되었다.

회사의 적자가 계속 누적되어 공기업으로 운영이 더 이상 어려워 민영화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민영화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인수를 할 것이라는 얘기에, 어떤 사람은 '차라리 잘 됐다' 라고 얘기하고, 어떤 사람은 '나이 많은 직원부터 순서대로 정리해고가 되겠구나' 라는 얘기도 했다.

우울한씨는 현실적으로 후자가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바로 그 대상자라는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퇴근후 직장동료 2명과 회사 근처에서 저녁식사겸 소주 한잔을 했다.

당연히 대화의 주제는 회사의 민영화와 관련된 얘기였다.

두 사람 중 우울한씨와 나이가 비슷한 김씨가 얘기했다.

"우 형은 이제 어떡할거요? 무슨 계획이라도 있소?"

우울한씨가 소주 한잔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요, 계획은 무슨.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죠."

두 사람보다는 나이가 대여섯 살 어린 박씨가 얘기했다.

"두 분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저도 걱정입니다. 민간기업에는 40대만 되도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데 말입니다."

김씨가 발끈하며 얘기했다.

"아니 이 사람아, 그럼 50대인 우리는 오죽하겠나. 우리가 더 걱정이지, 뭐."

김씨 또한 미래에 대해 특별한 준비를 해놓은게 없었다.

그냥 단순하게 직장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이다.

서로 한숨만 쉬어가며 술잔을 기울였다.

귀가해서 샤워를 하고 나서 우울한씨는 집사람에게 오늘 회사에서 들은 얘기를 전달했다.

집사람도 그 얘기를 듣고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집사람인들 달리 특별한 도리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머리속이 복잡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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