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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케이 May 02. 2023

1인 사업자는 멀티플레이어

목마른 자의 우물파기


바야흐로 나무에 생기를 더해가는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 모든 감사의 날로 채워져 있는 따스한 5월.

12개월 중 가장 생기롭고, 풍부한 색채로 가득한 5월이 자영업자인 나에게는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바로,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와 납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고용인 없이 1인 사업자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없이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은 매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제기기인 키오스크와 원격관리시스템을 활용해 무인으로 운영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매장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제를 대신할 키오스크와 CCTV, Iot 냉난방기, 전원 차단시스템 등 사람의 손이 최소한 덜 가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을 이용할 뿐 점포영업을 위해 필수로 해야 할 일들은 당연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매장청소, 좌석관리, 회원관리, 고객상담, 홍보, 휴게실 비품보충, 키오스크 현금보충, 주기적인 환기, 내부 온도조절, 소음 및 클레임관리, 사물함 관리 등이 그런 것이다.

영업시간 내내(24시간 영업) 상주하지 않을 뿐 원격으로 해결되지 않는 클레임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매장으로 출동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정도는 필수이다.


5월은 대학과 인근 고등학교의 시험이 있어, 회원들의 잦은 호출이 예상되는 달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낼 것이 예상되는 5월에 종합소득세신고가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부담감이 커진다.

나의 또 다른 업무 중 하나가 세무기장과 세금신고 이기 때문이다.



출처_pixabay



나도 처음에는 세무기장은 당연히 세무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개업을 하고 보니,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직원이 없는 1인 사업자는 직원의 인건비 처리나 아르바이트생의 원천세신고를 할 필요가  없고, 업종의 특성상 세금계산서 발행해 줄 일이 없으니 매입과 매출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

게다가 키오스크는 모바일페이가 가능해서 99%가 카드 매출이니 수기로 입력해야 할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이 정도면 세금신고 혼자 할 수 있지 않을까’


매달 최소 10만 원의 고정비용과 함께 세금 신고 때마다 추가되는 조정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일 년에 최소 120만 원의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나에게는 세무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인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는 배우면 그만이라는 패기에 가득 차 있는 시기라, 매출이 커지면 세무기장을 맡길지 여부를 다시 생각해 볼 요량으로 스스로 장부관리를 시작했다.

언젠가 세무사에 기장을 맡겨도, 세금에 대해 공부하는 건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의 패기와는 다르게 세무상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엑셀로 장부를 만드는 건 막막함을 더 키워갈 뿐이었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이 있을 텐데…’


세무에 대한 검색 기록의 알고리즘은 나에게 수많은 관련 정보를 뿌려주었다. 그 덕에 알게 된 자동장부 프로그램이 세무에 문외한인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원숭이가 도구를 처음 발견해서 사용한 셈이다.


세무기장과 세금신고를 4년째 직접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부를 여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수많은 숫자들과 계정과목을 분류해야 하는 비용 등 5월의 시작부터 넘어야 할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다.

다행히도 장부를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부쩍 숫자와 친해진 것 같아 나름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이번 달 며칠간은 종합소득세 신고로 바쁜 나날을 보내겠지만, 신고와 납부를 모두 마치면 나에게 조정수수료 대신 필라테스 운동복을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이만큼의 보상은 주어도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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