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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케이 Jun 26. 2023

감정이 실린 향기에 대해

향으로 기억되는 사람




길에 가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사람에게서 익숙한 듯 그리운 향이 스치듯 느껴질 때면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게 된다.

'누구에게서 이런 향이 났었더라' 향의 끄트머리를 잡고 이끌리 듯 기억의 한 편을 더듬어 향기가 불러온 기억의 조각을 선명하게 찾아내려 애써본다.


추적추적 여름 비가 샌들 신은 발에 튀겨 비릿한 물 비린내와 함께 여름 풀냄새를 끌어당겼다. 그 여름의 촉촉하고 폐 속 깊숙이 들이키고픈 신선한 향, 초여름의 시원한 온도와 청량한 습도, 우산 속에서 들리는 규칙적인 빗소리는 온몸을 감싸듯 안정감을 주었다.

기억의 한 조각에 향이 더해져 입체적으로 색이 입혀지고 그 어느 날의 감각이 되살아 난다.


한여름의 짭조름한 바다향기에 코코넛 태닝오일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찌는 듯한 해수욕장.

햇볕에 잘 말려진 아사면 홑곁이불의 은은한 섬유유연제의 향.

비 온 후 개인 산책길의 깊게 배인 봄꽃과 초록의 향기.

태어난 지 채 한 달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가 풍기는 고소한 젖 비린내.


향기는 늘 감각과 함께 감정을 담고 있다.

파르르 떨리는 설레는 첫사랑의 향도 슬픔을 뿜어내는 이별의 향도 모두 생생한 감정이 기억하는 향기이다.




화장대에 놓인 향수 중 오늘이 기억될 향기를 찾기 위해 향수의 뚜껑에 연신 코를 가져간다.

부드럽고 따스한 향이 어울릴까 아니면 날카로운 듯 단정한 향이 어울릴까.

어느 날의 기억의 단편에 향이 더해져 입체적으로 변하듯, 오늘의 나를 누군가 향으로 기억해 줄 날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바닐라의 달콤함과 햇살을 품은 봄꽃의 생기로움이 느껴지는 향으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오늘이 기억되는 기분 좋은 향기에 꼭 어울렸으면, 그 향기를 품은 사람이었으면 더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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