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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케이 Jul 06. 2023

나의 초록이들에 관하여

정직하고 부지런한 생명력




집 근처 꽃집에서 작은 화분이 눈에 들어 집에 들였다.

절기와는 상관없이 지난 계절의 끄트머리를 놓고 있지 않은 텁텁한 날씨에 생기로운 초록 잎시선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유려한 듯 올곧은 대에 초록 잎이 세 개뿐인 단출한 이름 모를 식물을 선택한 건 단지 물 주기가 쉬울 것 같아서였다.




언젠가부터 줄곧 식물을 키우고 있다. 20대까지만 해도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지극히 동물 파로(굳이 식물과 동물을 나누자면) 반려 식물을 키우는 쪽보다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이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마음에 드는 식물이 보일 때마다 하나둘 식물을 사들여 모종 식물들이 자라고 분갈이를 해주기를 여러 번에 거쳐 대형화분을 만들어내곤 한다.


예전에는 어렵사리 마음먹고 식물을 데리고 오면 늘 과한 습도나 건조함으로 쉽게 죽어버리곤 했었다. 죽어버렸다기보다 죽여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과습은 물 주기를 맞추지 못하고 여러 번 물을 주거나 배수, 통풍이 원활하지 못할 때 주로 오는 것인데 그것조차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물을 줄 시기를 놓쳐 오랫동안 방치해 버릴 때 역시 마찬가지로 식물은 생명력을 다하고 바짝 태워버린 김처럼 말라버리고 만다.


지나친 관심도 무관심도 허용하지 않는 정도를 지키는 것이 식물 키우기에 가장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무심한 듯 관심을 보이고, 애정은 가지되 적당히 무관심한 상태가 식물에는 최적인 듯싶다.


식물은 조용한 성장 속도와 동물 못지않은 생명력이 주는 매력이 꽤 흥미롭고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 집에서 네 번째로 큰 화분은 아보카도 씨앗을 발아에 성공하여 키운 것이다. 잎사귀가 여자 손바닥만큼 넓어 크게 자랄 것을 기대했지만 지금의 높이가 된 이후로는 성장을 거의 멈춘 것처럼 보여 앞다투어 자라는 다른 식물에 비해 늘 그 키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집안 창문 옆 옹기종기 모여있는 식물들이 실내에 생명력을 더하고 계절의 변화를 담아 온몸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작은 화분 안에서 보이지 않는 분주함으로 이어가는 부지런한 생명력은 오늘도 창가 앞에서 치열하게 움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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