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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Jan 16. 2023

고마운 친구

다음엔 꼭 내가 낼게

  날씨가 굉장히 추워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대학시절에 만난 친구로,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을 보면 나와 굉장히 맞는 구석이 많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적이고 인간관계에 맺고 끊음이 확한 나와는 다르게 친구는 늘 나를 배려해 주고, 먼저 연락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굉장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거의 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대학교 신입생들이 모두 들어간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발표되어 학교를 가게 되었다. 나는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 늘 일찍 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날도 과도하게 일찍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톡방에서 학교에 같이 갈 친구를 찾던 나에게, 그 친구가 먼저 다가왔다. 우리는 교문에서 만났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친구는 나보다 한 살이 많았지만, 그냥 친구로 여기라고 했다. 나도 그러마 했다.

  나와 친구는 내가 군에 가기 전, 1년을 함께 지냈다. 함께 살다시피 했다. 친구는 세심한 구석이 있어 늘 나를 챙겨주었다. 어디 가서 자취생인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려니 싶으면 염치 불고하고 가져다 나를 주었다. 나는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맙다. (친구는 아직도 나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준다. 나도 다른 사람을 잘 챙기려 노력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그게 잘 안된다. 예전부터 너무 받기만 해서 그런지, 미안한 말이지만 챙겨주려는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군대에 가며 더 이상 같이 지낼 일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늘 편안한 좋은 친구다. 친구는 늘 나를 편하게 해 주고, 나를 편하게 대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편하게 대한다. 그런 편안함이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든다. 친구는 늘 나를 챙겨주고, 신경 써준다.

  오늘도 친구와 만나기 위해 춘천을 다녀왔다. 친구는 나를 위해 코스를 짜왔다. 점심은 어디서 먹고, 중간에 남는 시간에는 어떤 곳에 가고, 저녁은 어디에서 먹고. 차로 나를 태워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 주었다. 나는 차가 있고 운전을 할 줄 알지만, 운전을 그리 즐기지 않기에 그런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나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운전해 왔을 친구를 생각하니,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나도 이 친구에게,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런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집에 가는 길, 친구에게 이런저런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한마디 더 덧붙였다.

  '다음엔 꼭 내가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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