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요일 1교시는 책을 읽을 것이다.
햇살이 노랗고 따뜻하다. 기분이 상쾌하다.
아이들과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다는 일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책을 쓰는 일도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가 살며 알게 된 것을 내 주위 사람들에게 말로만 전달하는 것은 인간의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인간은 자신의 자그마한 두뇌에 들어있는 커다란 내용들을 누군지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어 기를 썼고, 아직 쓰고 있다. 문자를 만들고, 종이를 만들었다. 종이로는 부족해 전 세계에 연결망을 구축하고, 기록을 위한 저장소를 건설했다.
책은 탄생부터 오롯이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은 책을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책에 담겨있는 내용은 이 지구에 있는 수많은 개체 중 단연코 인간만을 위한 것이다. 책에 담겨있는 내용은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머리를 차갑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온화하며, 때로는 도발적이다. 작은 글씨 몇 개는 인간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딱히 머리에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대학교 때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책을 읽는 것은 콩나물에 물 주는 것과 같다. 물이 다 지나가버리는 것 같지만, 결국에 콩나물은 자라지 않느냐. 결국 책도 그렇다. 사이에 담겨있는 지식은 남지 않고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지만, 남아있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콩나물에 물을 준다. 물은 다 밑으로 빠져버린다. 그러나 조금씩 자라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도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아이들은 책을 공부와 같이 취급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 배우는 것이지,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숙제를 해결하듯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나면 성취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은 당장 쓸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수많은 문학 작품에는 위대한 깨달음과 가르침이 들어있지만, 그 가르침은 당장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해독 가능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책을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한 시간을 할애해서 함께 책을 읽기로 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책을 힘들지 않게 읽는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책을 읽는다. 함께 학교 안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가서, 앉아서 책을 읽는다. 아이들에게 책을 고르고, 어떤 책을 골랐는지 나에게 보여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관심을 끄는 책을 골라온다. 아이들이 골라오는 책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보이고, 성정이 보인다. 책을 읽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자세를 계속 바꿔가며 읽는 아이, 엎드려 읽는 아이, 책상에 앉아서 읽는 아이, 쿠션을 하나 끌어안고 읽는 아이.
아이들에게 이제 매주 금요일마다 책을 읽자고 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은 함께 많이 읽는 것뿐이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책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스스로 느끼게 하면 된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기를. 아이들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책에 담겨있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자신만의 생각을 오롯이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