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모방한다.
비가 조금 온다.
아이들은 세상에 관심이 많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신기한 일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나도 어린 시절이 있었으나, 그때의 감정을 기록해 놓거나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에 그때의 내가 어떤 호기심을 가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의 경험을 거름으로 삼고자 이렇게 기록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아이들은 늘 신기하다. 세상이 신기하고, 내가 신기하다. 학교는 매일 와도 신기한 것 투성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무조건 모방한다. 주로 모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내가 하는 말인데, 내가 하는 말씨를 따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재미가 된다. 나는 아이들이 내 말을 따라 한다는 것을 이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에게서 배웠다. 그때는 아이들이 내 말을 따라 한다는 것을 몰랐기에, 부정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했었다. 부정적인 말이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지만, 아이들이 따라 한다고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말이 무조건 듣기 좋지 않은가. 내가 아이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라도, 부정적인 말을 따라 한다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이를 먹고, 경험을 통해 배웠지만 아이들은 늘 똑같다. 늘 새로운 아이들로 다시 채워진다. 아이들의 발달단계는 늘 비슷하기 때문에, 늘 비슷한 경험이 이어진다.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또 내 말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대단히 매력적인 말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재미가 있나 보다. 아이들을 혼낼 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기 위해 하곤 했던 말들을 아이들의 입에서 듣게 되었다. 아이들은 웃으며 내 말을 따라 하고, 서로에게 사용하곤 한다. 내가 이상한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다행이다, 내가 예전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서 다행이다. 이 말은 아이들의 가족이 들어도 이상한 말은 아닌지라, 아이들에게 말을 따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는 경험이라, 보통 사람들은 느끼기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늘 나만 바라보고 , 내 행동을 따라 하고, 내 말을 따라 한다. 좋은 말이나 좋은 행동을 따라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행동이나 말은 순식간에 흡수한다. 선생님이 나쁜 행동을 한다는 충격과 신기함, 재미가 곁들여지는지, 아이들은 귀신같이 교사의 나쁜 면모를 빨아들인다. 나는 그것을 일찌감치 알았고, 학교에서는 모든 행동을 조심한다. 학교 근처뿐만 아니라, 밖을 돌아다닐 때면 늘 행동에 신경을 쓴다. 횡단보도 하나도 허투루 건너지 않는다. 아이들이 늘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가 선한 것은 아니지만, 행동이 선해지니 의도까지 투명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보고 있을까 두려워 시작한 행동들이 이제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보든, 안보든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만큼, 나도 모범을 보이려 애쓴다. 아이들은 이런 나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