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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Apr 28. 2023

칭찬의 힘

내가 몰랐던 것

  창밖이 밝다. 따뜻하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상담에 관해 배운 적이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을 지도할 때면 항상 하는 것이 상담이니, 상담 능력은 곳 학급 경영과도 직결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3학점짜리 수업을 들었는데, 매주 세 시간씩 반복되는 수업을 듣는 것은 상당히 고역이었다. 그때는 실무에서 이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몰랐고, 그저 시험 준비에 지쳐있던 학생이었기에, 그 시간을 많이도 흘려보내곤 했다. (그리고 지금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 배웠던 내용들 중 남아있는 것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긍정적인 것으로 부정적인 것을 억누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잘한 행동이 있고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잘못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보다는 잘한 행동을 계속적으로 강화하라는 것이었는데, 이 원칙은 지금도 굉장히 유용하게 잘 쓰이고 있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서 장점을 찾고, 칭찬을 하며 가까워지다 보면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빈도는 줄어들어 있곤 했다.

  그러나 나는 요즘 그 원칙을 잊고 살았다. 아이들이 순하기도 하고, 내가 예전과는 다른 학년을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에 맡았던 학년에서는 아이들이 공부를 포기하거나, 포기한지 오랜 세월이 지나있지는 않았기에,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힘들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혹시 학업이 조금 부족한 아이가 있다 한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금방 따라오곤 했으니. 내용 자체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가르치면 아이들은 금방 흡수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이들 중 몇몇은 오랜 세월 방치되었다. 사실 몇몇이라고 하기에는 숫자가 많다. 아이들이 방치된 이유는 다양할 것이지만, 알 길은 없다. 아이 스스로의 마음이었을 수도, 부모님의 영향이었을 수도, 혹은 담임 선생님의 영향이었을 수도, 가장 크게는 코로나에서 파생된 원격 수업 탓이었을 수도 있다. 전부 다일 수도, 전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왜 학습 능력이 부족한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중학교에 가기 전, 아이들을 중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는 만들어 두어야 한다.

  고삐를 바짝 죄고, 아이들을 닦달한다. 매 수업이 전쟁같이, 치열하게 지나간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치고, 대답을 요구한다. 집중하지 않거나, 딴짓, 수업과 관계없는 공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원래 내 방법은 조금 더 여유롭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공백이 있고, 나는 그 공백을 최대한 빨리, 최대한 효율적으로 메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칭찬하는 일보다는 혼내는 일이 잦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거나,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과제를 완수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을 혼낸다. 잘한 아이들을 칭찬하는 것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텐데. 칭찬은 많지 않고, 혼내는 일은 많다. 교실 분위기가 무섭거나, 공포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얼마나 힘이 빠질까 싶다. 잘 해냈을 때, 남들 앞에서 자신이 잘한 것을 칭찬받고 싶을 텐데. 칭찬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칭찬을 더 해주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훌륭하다. 어느 수업이든, 평균 이상으로 집중하고, 평균 이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예의 바르게 행동할 줄도 알고, 재미나게, 열성적으로 참여할 줄도 안다. 아이들을 멀찍이 서서 바라보면 너무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데, 왜 지금까지 칭찬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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