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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S Nov 14. 2022

별 쏟아지는 산 정상으로 떠나는
백패킹 여행

백패킹을 떠나야 하는 이유

주섬 주섬 백패킹 배낭에 장비들을 아름 아름 챙긴다. 



여행은 시작은 준비에서부터라고 했던가.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여행의 설렘은 이미 출발했다.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다. 지금의 미소는 곧 산 중턱에서 거친 숨소리로 바뀌겠지만 일단 나는 즐겁다. 



movie "Wild"

백패킹에 대해서 로망의 시작은 매우 오래되었다. 배낭 하나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을 보면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나에 많은 기능을 담는 것"이란 개념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영화 가제트의 팔, 멀티툴(gerber knife, 등), All In One 로션, 등이 있다. 그래서 배낭 하나만 매고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멋있고 빛이 났다. 위의 사진 속 영화"와일드"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리고 웃기지만 어릴 때는 여행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로망으로 품고 있던 백패킹을 처음 시작한 때는 16년 8월 무더운 여름날에 경기도 원적산으로 솔로 백패킹을 한 것이다. 서툴고 뭐가 중요한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넣고 35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올라갔었다. 주변에 백패킹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열심히 검색해서 정보를 얻었다. 당시에는 장비가 지금보다 고가였기에 한 달에 장비 1~2개씩 구매하면서 적금하듯 준비했다. 당시에 월급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비 구매에 시간이 오래 걸려 준비에만 1년 이상을 소비했다. 그래도 장비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흐뭇했던 감정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비 화식 라면과 도시락 그리고 애착 장비 티타늄 컵


"이 컵은 티타늄이라 가볍고 녹이 안 슬어요."


"(귀 팔랑팔랑) 오 그럼 살게요" 


6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외형이고 아직 나와 함께하는 애착 장비이다.




단순히 내 로망을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했던 백패킹은 막상 해보니 더 좋았다. 로망이었던 꿈, 버킷리스트의 대부분은 막상 해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꿈과 이상의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패킹은 그러지 않았다. 기대보다 훨씬 더 좋고 가는 곳마다 새로웠다. 아직도 갈 곳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다. 향후에는 해외 백패킹을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로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1월 1일 오서산에서 맞이한 새해 일출


장비를 챙기는 것에도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침낭은 400g (3 계절 / 봄 ~ 가을) 1개, 800g (2 계절 / 봄, 가을), 1300g (동계용) 3개로 나눠서 정리하고, 우모 패딩은 퍼텍스 소재인지, 필파워는 800FP은 넘는지, 텐트 폴대는 DAC폴대를 쓰는지, 등 나름 장비에 대한 '짬바'가 생겼다. 그래서 하나를 새로 구매할 때도 많이 비교하고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구매하는 편이다. 그리고 한번 산 장비는 애착을 가지고 오래 사용한다. 오래 써서 손에 익은 장비는 호흡이 잘 맞는 친구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이 장비는 새 제품 가격의 돈을 준다고 해도 팔고 싶지 않아"



방장산 백패킹


우리나라에서 가장 별을 보기 좋은 곳은 한밤중에 산 정상이다. 도시의 빛이 비치지 못하는 산 정상 말이다. 도시에서 살다 보면 우리는 하늘보다는 땅바닥을 보고 다니며 밤하늘의 별보다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기 바쁘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별을 본 기억은 까마득할 것이다. 고요하고 바람 소리만이 존재하는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별로 가득 차있다. 텐트를 다 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은 보면 "와..."란 말 외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별들이 쏟아진다. 별을 보면서 나란 세상이 얼마나 작은 세상인지 겸손함마저 들게 하는 웅장한 경관을 마주한다.  


"우리는 별의 자손이며, 별의 부스러기이다"  - 칼 세이건 -



보현산의 별 데크


물론 백패킹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백패킹 하는 놈들 산에서 화기 사용하고 산불 일으키잖아"


"이 쓰레기 다 백패킹 하는 사람들이 버리는 거야"


L.N.T.(Leave No Trace) 즉, 흔적을 남기지 말자 라는 정신은 백패킹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백패킹 인구 증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산 정상에 블루투스 스피커, 마이크를 들고 와서 산 정상 노래방을 개업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최근에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제발 우리의 자연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좀 더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일출


백패킹의 화룡점정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새벽 등산을 하러 오시는 분들께 피해가 가면 안 되기 때문에 늦잠을 절대 금물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일출 전 30분에는 항상 일어나는데 해가 떠오르면서 어두웠던 세상을 붉게 물들면서 따스러움으로 채워간다. 아침의 새들도 기상해서 지저귀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나도 밤새 침낭 안에서 꽁꽁 얼었던 몸을 이끌고 텐트 밖으로 나가 햇빛의 따스함을 온 피부로 받으들이며 몸을 녹인다. 최고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백패킹을 다녀온 후에는 한층 더 겸손해지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하게 된다. 직장 내 상사와의 스트레스도 내 쓸데없는 자존심, 욕심, 등도 자연, 우주 앞에서는 작은 티끌에 불과할 뿐이니 말이다. 매번 다시 잊어버리지만 백패킹을 여행을 통해서 지금 순간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하고 온전한 삶이 중요한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별의 자손들이니까.


오늘의 백패킹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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