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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Mar 12. 2023

맙소사. 하나님을 믿으신다고요?

 꼭 그래야만 했습니까.

#에피소드 1


그저 아내에게 빌붙어 하루하루 집안 운전기사로 일하던 내게. 캐나다 시민권자로 30년을 살아왔다는 인상 좋은 장 씨 성을 가진 형제가 나를 찾아왔다. 뉴브런즈윅에서 한국 레스토랑을 시작하려 하는데 직원으로 채용해 주고, 워크퍼밋과 영주권을 지원해 주겠으며, 특별히 기술이 없어도 된다는 한마디에 눈물까지 나올뻔했다.(너무 고마워서. 워크퍼밋과 영주권 신청이 꿈이었던 이민 초창기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던 나에게 구세주 같던 그들이 던진 한마디다.


"저 하나님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는 잊지 않고 한마디 덧붙인다. 5000만 원을 빌려주면 갚겠단다.


#에피소드 2


이민 초창기시절. 차가 없어 버스 타고 다니느라 장 보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아내가 좋은 분 소개받았다며 토론토 어느 한적한 구석에 자리 잡은 중고차 사무실에 나를 데리고 갔었다. 캐나다에 건너온 지 20년 되었다는 한인 중고차 사장님은 한국에서 건너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우리를 바라보며 정말 운이 좋다고 말하며 10년 넘은 소형 닷지 차량을 보여주었다. 200만 원 싸게 그냥 가져가라며 1100만 원만 받겠단다.


겉모습은 번듯했으나 20만 킬로가 다됐고 내부 발판은 뜯겨나갔으며 좌석은 고장 나 이동이 불가능했고 기어를 변속할 때마다 기분 나쁜 끼기긱 소리와 함께 덜컥거리는 소리가 몹시 거슬렸다. 고민하는 나를 잠시 보자고 하던 그 사장님이 던진 한마디도 이것이었다.


"저 하나님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는 잊지 않고 한마디 덧붙인다. 100만 원을 더 깎아주겠노라고.


. 멀리 타국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교회를 찾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바로 정보 때문이다. 아이들 학교며 공부, 음식, 장보기, 집렌트, 차구입등. 머나먼 이국땅에서 얻을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정보들을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이 교회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똑같은 말을 쓰고 생김새도 비슷한 그들이 이 타국에서 마치 오래된 형제자매처럼 가족처럼 반겨준다. 그리고 다 안다는 듯 필요한 무엇이든 연결해 주고 알아봐 주고 처리해 준다.


나도 그러했다. "차필요해"라고 말하면 차를 파는 사람이 나타났고. "집이 필요해"라고 하면 부동산 중개업자가.

"직업이 필요해"라고 말하면 새로 시작하는 레스토랑의 인자한 인상의 다 퍼줄 것 같은 사장님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그분의 뜻으로 인도하신 것처럼... 그리고 의심하지 말라며 꼭 하는 얘기가 있었으니 바로 그 한마디였다. "저 하나님 믿는 사람입니다"


처음 나에게 5000만 원을 빌려달라 했던 그 장 씨 형제는 시작과 함께 가게를 폐업하고 내 돈 3000만 원과 다른 사람들 돈을 수억 원 해 드시고 사라졌고(토론토 어느 한인교회에 다시  출몰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지인들은 조심하시길. ) 무려 300만 원을 깎아줘서 1000만 원만 달라던  닷지 소형차량은 내가 아는 캐나다 사람에게 580만 원에 팔았다는 얘기를 한 달 뒤 들었으며.(뜯긴 발판과 익숙한 끼기긱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하물며 움직이지 않던 좌석까지ㅠ. 아는 캐나다분이 그 차를 사셨다. 그 사장님도 참 재수 없으시지...)


인터넷, 핸드폰 가입은 물론 이거니와 한국서 유행한다는 화장품 다단계 회원 가입과 강매까지...

참 많은 "하나님 믿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아는 분들이 한국서 오면 나는 절대 급하게 교회에 먼저 나가지 마라고 신신당부한다. 최소한 이곳 생활이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 나가시라고. 말하고 또 말한다. 특히 "캐나다 생활 얼마되지 않았다"라는 얘기는 죽어도 하지 마셔라라고 충고한다. 온갖 "믿는 분들"이 총출동하신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한인교회 어디 어디서 좋은 분 만나서 싸게 샀어요라고 들떠있는 분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다그런거는 아니다"라고 집사람 애써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다. 분명 나는 하나님 믿는 사람을 흉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나님을 "파는" 사람을 욕하는 거다. 나는 아직도 처음 만나는 사람이 "저 하나님 믿는 사람입니다"라고 먼저 말하며 다가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사람 전화번호부터 지워 버린다. 그리고 속으로 외친다. 나도 모태신앙이다 이놈아!


하나님께 정말 죄송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하나님. 이민오는 사람들 한 일 년쯤 뒤부터 교회 나가라고 말해도 혼내지 않으실 거지요?

사랑의 하나님!!!  이해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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