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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Jul 08. 2024

참 "핑매꾼"  증평 촌놈 투수 송진우

핑매: "던지다"라는 뜻의 순 우리 옛말



  핑매바위의 전설



대한민국 야구계의 전설 송진우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나는 꼭 이 커다란 200톤짜리 고인돌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 있다.


전남 화순군 고인돌 공원에 놓여있는 이 거대한 돌덩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인돌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거대 여신인 "마고할매"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짧게 정리하자면.

마고할매가 운주골 천불천탑을 쌓으려고 치마에 돌을 싸들고 가던 중

돌이 너무 무거워 치마폭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은 옮기지 못하고  

그냥 두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는

시간이 늦어져서 필요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서 발로 뻥~ 차 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이런저런 다른 사연의 이야기 속 공통된 점도 있는데...


그건 바로 이 핑매바위 위에 있는 지름 40센티미터가량의 구멍은

마고할매가 오줌을 누워 생겼다는 점이다.


여기에 돌을 던져 한번에 넣으면 아들을 낳고

왼손으로 돌을 던져 넣으면 처녀 총각들은 그해에 시집 장가를 간다는...


그래서 "돌을 주워 던지다"의 순우리말인 "핑매"를 붙여

핑매 바위라 불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런데 불현듯

어쩌면 그냥 웃어넘길만한 이 이야기를 인터넷을 통해 읽던 중

나는 저어기~ 충북 청주옆 증평이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태어난

한 사람을 끄집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바로 "투수 송진우"다.


   야구 레전드 송진우



사람을 아는가?

아니면 도통 모르겠는가?

몰라도 괜찮다.  


그냥 이렇게 이해하면 되므로...


야구공을 던져서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최초의 기록을 다 가진 사람.


그것도 팀을 바꾸지 않고 한 팀에서

21년간 꾸준히 공을 던져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무수히 가진 사람.


그리고 그가 은퇴할 때

그냥 "잘 던졌다..."가 아니고

 잘해서 너무도 "참 잘 던져서..."  


그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정하고

그를 영원히 기념하게 된 사람.


우리나라에서 공을 가장 잘 던졌던 사람이

바로

"송진우"다


이렇게 그는 레젼드가 되었다.

너무도 잘 던졌으므로.

 


 내가 그를 좋아했던 단 하나의 이유



나는 이 송진우라는 사람을 참 많이 좋아했다.


왜냐고?

내가 야구를 좋아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지역방송 야구캐스터로 일하던 시절.

지역방송 특성상 송이란 방송은

혼자 다 도맡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4시간이 넘어가는 중계는

다른 어떤 종목의 중계보다 힘들었다.


기록경기다 보니,

수많은 기록 정리에만 서너 시간이 걸렸고,

현장감 있는 흥분을 유도하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에 염증이 가라앉는 날이 거의 없었다.


힘들었다.

참 많이 힘들었다.


그냥 간단히 이렇게 이해하면 좋을듯하다.


폭풍 같은 부부싸움을

한 네 시간

쉬지 않고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도 매일...


똑. 같.다


하지만 투수가 마운드에 서는 날은 달랐다.


어찌 던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자들이 맥을 못 춘다.

헛스윙을 많이 한다.

그리고 맞아도 일타이피!!!

병살 처리로 다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어 보였다.

고로 경기시간은 줄어든다.


그는 나의 업무 시간을 줄여주고 있는 사람이었던 거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므로 그저 그가 좋았다.


4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을 가끔은 두 시간 반정도까지 줄여주는

이 귀하디 귀한 사람!!!


그와의 인연은 20년 전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핑매할매가 송진우를 소환하다



그러던 중 내가 이곳에 송진우라는 야구 레젼드에 대해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은 계기는.


위에 소개했던 난생처음 듣는 핑매라는 단어를 이름으로 가진

커다란 돌덩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이었다.


자!!! 다시 "핑매바위"를 소개하는

화순군의 홍보사진을 보자.


소.원.을.들.어.준.다.

이 엄청난 고인돌 위에 뚫려있는 구멍에

돌을 던져 넣으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

그것도 왼손으로...


그때였다.

그의 공 던지는 모습과 그의 전설적인 기록이

갑자기 내 머릿속에 스친 것이!!!


그는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

2048개의 탈삼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생각까지 떠오르자

갑자기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만한 상상이 더해졌다.



  마고할매도 후회할 약속



삼진아웃 개수로만 따지다 보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고할매의 약속대로

이 핑매바위서 그가 돌을 던졌다면

탈삼진이 2000개가 넘으니

마고할매는

그에게 최소 6000명의 아들을 주어야만 했을 것이다.

아무리 전설 속 거대 여신이라 해도

엄청난 일거리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그곳을 찾아가지도 욕심도 부리지 않은 채

너무도 겸손하게 단 3명의 아들만을 가지고 있다.


마고할매도 21년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찾아올까 봐...


그렇게 그는 핑매바위 대신

마운드를 지켰다.


허락


이렇게 핑매바위의 전설을 마주하고 그를 떠올리자.

나는 그의 야구선수로서의 "대단함"이나 "화려함" 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들은 모르는 참 겸손한.


참 세련되지 못한.


참 기교를 부리지 못하는.


그저 참 묵묵하기만 한


"증촌놈 송진우"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고할매가 준다는

6000명의 아들을 거부하고 마운드를 지킨

"참 핑매꾼 증평 촌놈 송진우"의 이야기 말이다.   

커피 한잔 주셔요~~!!!란 한통의 전화를 하고 찾아간 그의 집.

그는 나의 속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예의 그 좋은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직접 내린 커피 한잔 주겠노라며.


그리고는 한마디 물어봤다.


근데요!! 감독님~~~~~

"마고할매"를 아세요?

그가 남긴 한마디는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역시나...


마고가 모고??


이 복잡한 마음도 모른 체 한마디 더한다.

마치 당나라 조주 종선사처럼 말이다.


차나한잔 마시게. 喫茶去(끽다거)!!!

자. 이제 오늘부터

급하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진짜 그의 모습을 글로 풀어내 보고자 합니다.


레전드 투수 송진우가 아닌

"참 핑매꾼 증평 촌놈 송진우" 이야기를요.

 

아!!! 그전에 감독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요.


아까 이야기해 주신 그거요...喫茶去(끽다거).


그 뜻이

차 한잔 마시면서 천천히

다 써도 된다고 허락하신 거 맞죠???

맞는 거죠?


그렇다면 활짝 한번 웃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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