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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Sep 01. 2023

기숙중학교가 있다고요?

연년생 엄마의 빅피처

기숙중학교가 있다고요?    

 

연년생 남자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내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진화한다. 가끔 남편이 현관문 앞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귀띔으로 음량 조절에 각별히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 모든 게 연년생으로 아들을 둘이나 낳은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당히 말하지만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서로 비교하며 키우지 않았다. 최대한 공평하게 대우해 주고 공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늘 불평이고 늘 불만이다. 주로 하는 대사는 “왜 맨날 나만 혼내?”라는 것이다.


남자아이들이라 언젠가는 육탄전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집 규칙은 절대 폭력 사용 금지다. 만약 폭력을 서로에게 사용하면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벌을 내린다. 바로 3달간 게임 금지!! 일주일에 딱 두 번 주말에만 2시간씩 하는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게임만큼 강력한 벌은 없다. 이것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쓸 수 있는 초강력 만능처방전이다. 말싸움에서 조금 진화한다 싶으면 얼른 엄포를 놓는다. “게임 안 하고 싶냐?” 이 말을 하면 각자 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일부러 문을 ‘쾅’ 닫아 놓고서는 이내 작은 목소리로 “이건 바람 때문이에요.”라는 어설픈 변명을 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사이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세 서로 소리를 지르고 싸운다. 그래 안 싸우면 그게 어린애냐?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려 해도 나는 늘 한계가 온다. 형제들끼리 싸우는 것까지는 오케이. 하지만 자꾸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결말은 한결같다. 둘이서 싸워놓고 마지막에는 엄마 탓을 한다. 나의 중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내가 변호사도 아니고 판사도 아니고 눈으로 본 일도 아닌데 어찌 정확하게 판단한단 말이냐.  

    

정작 본인들은 아들이라 뒤끝이 없다. 둘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또 희희낙락하는데 나만 마음에 상흔이 남는다. 무죄인데 유죄인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뭐지? 엄마의 멘털을 탈탈탈 터는 두 아들 녀석들에게 슬그머니 이야기했다.

      

"엄마 사실 기숙 중학교 알아보고 있어. 몰랐는데 생각보다 기숙 중학교가 많더라. 꼭 가라는 건 아니야. 일단 입학설명회 한번 가볼래?"

     

나의 빅피처에 아이들이 화답해 주길 바란다. 드디어 내일 입학설명회가 있다. 여행 전날처럼 왜 설레는 건지... 나... 김칫국 마시면 안 되는데. 아들들아!! 우리 즐겁게 다녀오자. 그리고 너의 선택을 존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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