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았다
통증이 점점 심해져 가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지인을 만났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 역시 사고로 오랫동안 몸이 아파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에너지 치료라는 방법을 통해 크게 나아졌다고 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확신과 안도감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절박함이란 이성을 무디게 만드는 법.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그녀가 추천한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길을 떠나 비행기까지 타고 갔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내가 예상한 병원도, 치료 센터도 아닌 평범한 주택가였다. 순간 불안감이 스쳤지만 이미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나를 멈추게 했다. 문을 열어준 마사지사는 나를 보자마자 “고칠 수 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천만 원을 요구했다. 평소라면 결코 쉽게 낼 수 없는 금액이지만, 간절함은 모든 판단을 흐릿해졌다.
결국 나는 그 돈을 건넸고, 그녀는 치료라며 몇 장의 부적을 내밀었다. 그 부적을 집에 두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설명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통증은 더 깊어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돈이 부족해서 그렇다. 조금 더 내면 확실히 나아질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안개가 걷히듯 모든 게 선명해졌다. 내가 속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은 내 무지 때문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나는 누군가의 말에 쉽게 몸을 맡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치료와 건강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이 경험은 아팠지만, 결코 헛되지 않은 깨달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