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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천사맘 Apr 06. 2023

불 나시난 빨리 와줍써

실수하지 말자

상황실을 근무한 지 한 달쯤 지난 때였다. 상황실은 119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 펌프차, 구급차, 구조차 등을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지령 내리는 곳이다. 전화받는 데를 수보대라고 부른다. 나는 3번 수보대에서 전화를 받고 주로 화재, 구급, 구조 출동 지령을 내린다.



상황실로 119 신고가 들어왔다.

“119 상황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불이 나시난 빨리 와 주썹게.”(불이 났으니깐 빨리 와주세요)

“위치가 어디 신가요? 인명피해는 없나요? 불이 얼마나 났나요?”

“불이 난 마씸. 위치는 000 난 예. 빨리 옵써.”(불이 났어요. 위치는 000이에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말한 뒤 끊어버렸다.



나는 관할 센터에 화재 지령을 내렸다.

“OO 119 안전센터 화재 출동 위치는 000입니다. 주택화재 추정. 화재 출동 바람.”

내가 화재 출동 지령을 내리면 담당하는 119 안전센터에서 화재 출동을 나간다. 인명피해는 없는지 화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통화했던 신고자 녹음본을 다시 들어 보았다. 사투리로 말해서 잘 안 들렸다. 집중하여 들어 보니 불이 났다는 게 아니라, 벌이 있다는 소리(말벌퇴치)였다. 아차 싶었다. 나의 실수였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출동하는 부서에 무전을 날렸다.

“화재 오인 출동. 귀소 바람.”

 출동 중인 차량에도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화재 출동이 아니고 말벌퇴치 출동으로 부탁드립니다. ”

“뭐라고? 제정신이야? 일단 알았고 다음부터 이런 실수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상황실 팀장님께 불려 갔다.

“상황실에서는 실수하면 안 돼.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해.”

“죄송합니다. 팀장님.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오늘 실수를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앞으로는 상황실에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집중하여 듣고 제대된 지령을 내리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무사하길 기도한다.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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