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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천사맘 Apr 13. 2023

쉬는 것조차


점심시간에 구급 출동 벨이 울렸다. 밥을 먹다가 엥 소리가 나면 먹는 것을 멈추고 구급차에 타야 한다. 30분에서 1시간 뒤에 현장 활동 후 사무실로 돌아오면 온몸에 땀으로 젖어 있고 구토물도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바로 식당으로 갈 수도 없다. 구급차와 장비에 오물을 청소한다. 다음 구급 출동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가면 차갑게 식은 밥과 국, 반찬이 기다리고 있다. 식어 버린 음식을 한 입 먹어 보려고 하지만 구급 출동이 많은 날은 먹는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많다.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서 가다가 출동 소리가 나면 참고 뛰어가야 하는 게 소방관의 일이다. 점심시간에 출동이나 민원인이 오면 쉬는 시간은 포기한다.



예전 일부 병원에서 무료로 커피나 음료수를 나누어 준 일이 있었다. 음료수를 주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다며 민원을 걸었고 그 이후부터는 음료수를 마실 수가 없게 되었다.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고 난 뒤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편의점 앞에서 근무복을 입고 아이스크림이나 물, 음료수를 사는 것도 시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돈 받는데 일은 안 하고 놀고 있다며 민원 게시판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상습범인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트집을 잡는다고 한다.



소방관은 점심시간인데 구급, 화재 출동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예전에는 쉬는 시간에 족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하면 놀고 있다며 민원 때문에 이제는 족구 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직원들은 간식 먹는 것, 운동하는 것 모두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간식을 먹지 못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처럼 소방관도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맘 편히 쉬고 간식도 먹고 싶다. 누군가의 눈치 보지 않고 말이다. 충분히 쉬고 일해야 집중해서 현장에서도 불을 끄고 응급처치하며 시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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