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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Dyan Aug 14. 2024

너의 하루는 어때

2024. 07. 19.

집을 나서는 길, 자연스럽게 손은 핸드폰을 찾고 음악 어플을 켜선 재생을 누른다. 그리고 흘러나온 노래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며, 왠지 그날의 기분과 딱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이런 소소한 우연이 때로는 행복감을 준다. ‘오늘은 시작이 좋네.’라는 생각과 함께 싱긋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오늘은 하루의 시작이 아닌, 하루의 마무리가 그랬다. 그대의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금요일, 그날의 셋 리스트가 싱글을 너머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LONELY FUNK

회사 근처 지하철 역에 내릴 때쯤, 바꿔 듣는 노래였다. 출근을 하기에 몸이 너무 무거울 때, 머릿속은 ‘출근하기 싫다.’라는 문장이 꽉 채워졌을 때, 그래서 출근이 아닌 도살장이라도 끌려가는 듯 억지로 걸음을 옮겨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억지로 이 노래와 함께 기분을 끌어올리곤 했다. 사실 이 노래를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 5월 그대의 생일을 앞뒀던 팬콘서트에 갈 준비를 하면서야 제대로 들었다. 펑키한 멜로디가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있는 그대의 모습이 그리게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 리듬을 타며 한껏 흥이 오른 그대의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난다. 190cm가 넘는 큰 키와 듬직한 체격을 가지고 리듬을 타는 그대의 모습을 그리며 걷다 보면 웃으면서 회사 앞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내 상상 속에만 있던 무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상상을 현실로 만나던 그 순간의 벅참과 신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첫 곡으로 만난 LONELY FUNK는 날 잔뜩 신나게 만들었다.


널 닮으리

정확한 그대의 말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5월 그대의 생일을 축하하던 자리에서 그대가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을 표현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널 닮으리’는 어딘지 신성한 노래였다. 아무런 해석과 설명을 듣지 않고 처음 들었을 때, 찬송가 또는 CCM에서 날 법한 분위기가 난다고 느꼈다. 제목의 ‘널’이 말하는 ‘너’가 연인이라면, 얼마나 사랑해야 신성함이 담길 수 있는 걸까 싶었다.

후에 ‘널’이 자연을 표현한 것을 알고 나니 노래에 짙게 깔린 신성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짙은 초록의 광활한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내 모습을 그리게 된다. 광활한 자연 한가운데의 인간은 얼마나 작던가. 그런 작은 나를 둘러싼 시련과 고민은 또 얼마나 작은 것인가. 노래에 푹 빠져 듣다 보면, 거대한 초록 숲에 푹 기대어 쉬는 느낌이 든다. 고슴도치처럼 잔뜩 날이 선, 예민해진 작은 사람을 쓰다듬어 가라앉혀주는 그런 노래다. 그리고 오늘 그대가 직접 불러주는 초록의 숲은 오늘도 고슴도치 한 마리를 보듬어 주었다.


하고 싶은 말

그대들의 7집 활동이 마무리될 때쯤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대와 넷째는 각자의 솔로앨범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어쩌면 당연한 아이돌 그룹의 수순이었다. 그것이 현실이었지만, 팬의 마음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자꾸만 미련과 꿈에 남으려 했던 나날이었다. 그래서 그대의 앨범을 받아 들고서,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어쩐지 울고만 싶었던 노래였다. ‘난 혼자죠’라고 반복하는 도입부가 찡하게 마음을 울렸다. 이제 다섯이 아닌 혼자라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았고, 쓸쓸한 노래의 분위기가 그대의 마음을 담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참 좋아했지만, 한동안은 들을 때마다 어딘지 마음이 저릿해졌던 노래였다.

하지만 2024년, 이제는 더 이상 아픈 노래가 아니었다. 그래서 꼭 직접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직접 듣고 싶은 노래였다. 그대의 첫 솔로앨범 타이틀 곡이라, 의미가 컸다. 그래서 5월 그대의 생일을 축하하던 자리에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했다. 그랬던 노래를 앙코르곡으로 들으며 마무리한 오늘, 너무 행복했다. 내가 공연장에서 듣지 못해 아쉬워했던 모든 노래들을 오늘 다 만났다. 바라던 노래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오늘 나의 하루는 그대의 입담과 함께 해서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마무리할 수 있었어.

그리고 무대 위의 그대가 불러주길 바랐던 노래들을 모두 만나서, 마치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

이런 하루를 선물해 줘서 감사해.



https://www.youtube.com/watch?v=sgHsqdp3J2U&list=PLRDjEZEPwvbmcE3MbRRgJpns3olBFRYED&index=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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