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글이라면 더욱더
나는 이북을 출간했고 종이책은 셀프 제작을 했다. 잘 보면 "출간"과 "제작"이다. 이북은 실제 서점에서 판매를 했었고(과거형) 종이 책은 지인 나눔용으로 만들었다. 수익보다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했다. 그래서 두 책 모두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원고(당연하겠지?)부터 퇴고, 편집, 판형 선택, 표지 제작, 종이 재질 등등 모두 다. 물론 이북은 종이책 보다는 그 과정이 단순하다.
처음 만드는 책이다 보니 내가 제일 아끼는 글을 선별해서 단편집을 만들었다. 그때까지 이게 나에게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모전을 찾아보는 데 내가 써 놓았던 글과 주제가 맞는 공모전이 눈에 띄었다. "오예! 여기에 내야겠다." 그리고 공모전 주의사항을 읽었다.
"타 공모전에 제출하지 않았거나 매체 비공개, 상업적으로 판매되지 않은 소설만 가능."
아뿔싸. 내 발목을 내가 잡은 순간이었다. 이미 내 이름을 걸고 그 소설이 세상 밖으로, 게다가 상업적으로 나간 상태였다. 온라인에 단순 공개한 글이라면 비공개로 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책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책이 팔린 상태였기에 판매 중지를 한다 해도 그 글은 영원히 회수할 수 없었다.
꼭 내고 싶은 공모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공모전은 포기했다. 공모전 기준은 지키라고 있는것이고 내 양심을 속이면서 참가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후로도 이런 일이 두 번이나 더 있었다. 결국 그 두 번의 공모전도 낼 수 없었다. 책을 낸다는 행위가 갑자기 무서웠다. 공모전 때문만은 아니었다.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압박이 밀려왔다. 그리고 약간의 후회도 밀려왔다. '좀 덜 아끼는 글로 책을 낼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또 독자에 대한 기만이었다. '제가 공모전도 내고 어쩌고 해야 하니 제가 좀 덜 아끼는 글을 낼테니 사보세요.' 물론 이렇게 해봐야 결과는 뻔했겠지만. (아끼는 글을 내도 안 팔리는데...)
한 번 나간 글은 돌아올 수 없다. 공모전이 됐든 이북 출간이 됐든 셀프출판이 됐든 말이다. 그러니 세상 밖으로 내보낸 글이 있다면 철저히 잊어야 한다. 이건 공모전뿐만 아니라 책 출판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셀프출판을 통해 작은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대형 출판사가 더 좋은 조건에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계약 조건 중 하나가 타 출판사 출판 금지 조항이 있다고 한다면 부랴부랴 이전 출판사와 게약 해지를 해야 한다. 문제는 계약은 약속이라는 거다. 만약 해지할 수 없다면 좋은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신중하고 또 신중 하자. 이 글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을 때 더 좋은 조건이나 도전할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후회할 자신이 없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말과 마찬가지로 글도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내 글을 사랑하는 만큼 그 가능성과 도전의 기회도 꼭 고민하고 따져보자.
나는 이런 경험을 얻고 난 후로는 세상 밖으로 나간 글은 다 큰 자식 출가시키는 마음으로 대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시행착오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