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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4. 2022

소설을 서랍에만 두지 말자

가치는 빛을 받아야 발휘된다

나는 애초에 웹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글임을 알기에 웹 연재보다는 단행본 출판에 더 비중을 두고 글을 쓴다. 단행본 출판의 경우 몇 가지가 있다.


1. 출판사 투고를 한다.

2. 공모전 당선 후 책을 낸다.

3. 반 기획, 자비 등 내가 투자해서 출판한다.


웹 소설은 올려야 하는 기간과 양이 정해져 있기에 비축분을 만들기 어렵다. (물론 그렇게 하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단행본의 경우 보통 '벽면 수행을 한다'라고 표현하는데 일단 글을 많이 써서 비축한다. 그리고 그 글을 투고하거나 공모전에 제출한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출판사 투고 거절이나 공모전 입상 실패를 밥 먹듯 하게 된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라던가 "다음 공모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같은 획일화된 답변만 받을 뿐이다. 그나마 답변이라도 오면 다행이다. 특히 공모전은 답변을 받기도 힘들다. 떨어지면 그냥 떨어진 거다.


하지만 단행본의 성격을 살릴 특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없다. 그럼 계속 투고, 공모전의 챗바퀴를 돌아야 할까? 그건 아니다. 글을 쓰는것과 글을 세상에 내보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내 글의 객관적 판단을 위해 공부해야 하고 전략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나의 경우 일단 웹 소설 플랫폼 하나를 정해서 꾸준히 글을 올린다. 개인차가 있기는 한데 나는 조금 조용한 플랫폼에 올린다. 아무래도 회원이 많고 올라오는 글의 수가 많은 곳에 올리면 공개될 확률이 높겠지만 내 글은 공포에 단편이다 보니 그런 곳은 이질감이 들었다. 만약 로맨스나 판타지, 대체 역사물 같은 글을 쓴다면 유명한 웹 소설 플랫폼에 올려도 무방하다.

이걸 하는 이유는 적어도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위함이다. 단 한 명이 읽더라도, 단 한 명이 평점을 주더라도, 단 한 명이 댓글을 달아주더라도 모두 다 내 재산이고 통계다.

내가 웹 소설 플랫폼에 올렸던 글의 첫 댓글이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오 이런 레트로스러운 글 원했었어요"와 비슷한 맥락의 댓글이 달렸었다. 비록 한 명이 남겨준 댓글이었지만 글을 쓰는 원동력으로 충분했다.


두 번째로, 적어도 내가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이 있으면 A4용지에 프린트한다. 글이 길다면 3~5장 정도 인쇄를 하고 단편이면 무리해서 한 권을 다 뽑자. 그리고 빈 종이로 앞을 가리고(일종의 표지)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자.

여기서 한 가지 걱정이 들 것이다. "그거 혹시 내 글 베껴서 작가 되는 거 아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일반 사람들은 글 쓰는 거 관심도 없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 한 데로 온라인에 글을 올린 전적이 있다면 이미 저작권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설사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은 글이어도 파일로 가지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주변 지인들, 지인들의 지인들(지인들의 지인들의 지인들까지 하면 더 좋고)의 반응을 본다. 아마 열 명이면 일곱은 읽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내 책이 세상에 나갔을 때 '70%는 사지 않는다(또는 책에 무관심)'라는 통계가 나온다.

그럼 나머지 세 명을 집중해서 본다. 읽고 버린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성스럽게 후기를 말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버린 사람은 내 글과 맞지 않는 사람. 즉, 시장성 없음이라고 통계를 잡아둔다. 그리고 후기를 말해주는 사람. 그 사람에게서 최대한 많은 걸 얻어 낸다.

"나도 쓰겠다", "재미있지만 끝이 너무 허술하다", "미친놈아 작가 그만둬라", "오타가 너무 많다", "재미있더라", "도대체 결말이 뭐야?" 등.


물론 위 예시는 나만의 방법이고 이것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글이 세상에 나갔을 때 어떤 반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훌륭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열정을 다 해서 쓴 글이 서랍 속에만 잠들고 있다면 너무 아까운 일이다. 나도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고 생각을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쓴 글을 무심하게 툭 던져놓고 "나 글 쓰는데 이것 좀 읽어봐. 다 읽고 느낌 말해주면 커피 한 잔 쏜다"라고 넉살 좋게 이야기한다.

특히 단편은 길지 않아 사람들도 거부감이 없다. (물론 공포라고 하면 주춤한다) 내가 무슨 토지 같은 장대한 역사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지식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학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니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 잠자고 있는 소설이 있다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자. 그저 그렇게 잠자고 있기에는 여러분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아깝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내놓다 보면 분명 좋은 기회가 생긴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사람을 사귈 수 없듯 글도 세상에 나가지 않으면 그건 그냥 일기일 뿐이다. 많이 쓰고 많이 보여주자. 욕을 먹어도 칭찬을 받아도 모두 다 재산이고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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