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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Aug 18. 2023

우울을 벗어나는 지렁이

꿈틀거리며 우울을 벗어나기, 첫 번째 방법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나서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친한 사람과 있을 때 수다스러운 나에게는 곤욕이었다. 나는 겨드랑이를 갈라 암수술을 했는데, 이 때문에 팔을 오래 움직이는 것도 편치 않았고, 목도 뻐근해서 오래 아래를 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좋아하던 그림그리기를 못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오래 걸으면 숨이 금방 차는 탓에 오래 산책을 할 수도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직 하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었다. (이 때까지는 독서에 흥미가 없었을 뿐더러, 책을 읽으려면 고개를 아래로 내려야 하니 필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맘때 쯤에 본가에 있던 텔레비전을 바꿨다. 각종 OTT도 볼 수 있고 화질이 워낙 좋은 덕에 다큐만 봐도 재밌었다. 그래서 좋아하던 영화와, 생각보다 재밌었던 다큐, 그리고 유튜브를 봤다.


   나는 암수술 덕에 또 한 번의 삶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지난 삶(갑상선암 수술 이전의 삶)보다 더 잘 살아보고 싶었다. 내가 만족하고, 내가 행복한 것에 집중하는 삶.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모님 눈치를 심하게 보지 않는 삶. 그런 생각을 달고 사니, 알고리즘을 타고 내 앞에 나타난 자기계발 유튜브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영상이었다.

   한 번 그 유튜버를 보고나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스스로를 브랜드화해서, 한 번 나를브랜드로 만들고 나면 나의 팬들을 자연스럽게 내가 만든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잘 알아야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라고 생각할테지만, 나는 나에게 어떤 확신도 없었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도 같고. 이런 사람인가 하면 또 저런 사람인 것 같고.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남들보다 덜했다. 나를 파악하려고 하면 남들에게 나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봤던 탓도 있겠지만, 나에 대해 알려고 한 적이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나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보다 어떤 상황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알려고 했다. 순간순간 감정을 느끼는 것에 지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일기를 썼다.


   감정이 격해질 때면 내가 그 감정을 가지게 된 원인과, 내가 어떤 식으로 화가 났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했다. 이를테면 동생과 별 것 아닌 일로 말다툼을 했을 때, 동생과 왜 싸우게 됐는지는 객관적으로,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주관적으로 써보는 것이다. 또는 우울한 기분이 찾아왔을 때, 내가 왜 우울을 느끼는지 원인을 파악했다. 어제는 비가 와서, 오늘은 월경이 가까워져서 하는 것들을 적다보면 이 우울에 실체가 생긴다. 그리고 나는 그 실체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내 감정은 어느 정도 추스러졌다. 글로 내게 있었던 일을 작성함으로써 그 일은 제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특정한 형식을 지키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되도록 이성적이지 않으려고 했다. 나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일에 이성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면, 당시 내가 느낀 감정에 거짓이 섞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나쁜 생각을 했더라도 그것까지 모두 적었다. 그래야만 내가 가진 부정적 감정의 실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tip 1. 일기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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