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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 Jan 16. 2024

끔찍한 순수함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를 읽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식욕을 돋우는 케이크 그림, 보라색이 곁들여진 민음사의 특유의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들었다. 표지를 보고 해변가에서 피크닉 매트 위에 케이크를 두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연한 원피스를 입은 여주인공의 모습이 상상이 갔다. 하지만 상상과는 다르게 이 책의 주인공은 칙칙하고 둔한 작가 아저씨였다.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명성을 떨치던 에드워드 드리필드라는 유명 작가의 일생을 다룬다. 어셴든은 무명시절의 그와 어렸을 적 알고 지낸 작가인데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고자 하는 동료 작가 앨로이로부터 그의 정보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의 여성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는 입체적이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드리필드의 전처인 로지를 묘사한 ‘금빛 피부에 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인상, 눈 밑의 푸르스름함’과 같은 서정적인 묘사는 텍스트를 넘어선 무언의 감동을 준다.

    

    그러나 그녀의 외적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끔찍한 순수함이 적잖은 혐오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순수함 앞에 끔찍한 이라는 서술이 붙은 이유는 작가는 로지의 남성 편력을 순수함에 빗대어 표현하기 때문에 그렇다.




    <케이크와 맥주>는 물질적 쾌락, 혹은 삶의 유희를 뜻하는 관용구이다. 드리필드는 속세에 어두운 문인일 뿐 이 관용구는 그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사실 드리필드 부인인 로지에게 어울리는 단어이며 그녀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첫 문단의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순수함에서 일어나는 쾌락에 대한 욕망이 단순히 악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쓰고 마무리한다.


향기나 악취만큼 과거를 되살리는 것이 없다 -케이크와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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