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컵 하나를 봐도 사람들은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다르다. 형태를 감상하기도 하고, 연관된 추억에 젖기도 하고, 컵의 역사에 궁금증을 품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머릿속에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그렇게 세상에는 한 명당 하나씩의 세계가 생겨난다.
같은 공간에 대해서도 천차만별의 인상이 그려지지만, 개개인이 가꾸는 공간을 생각해 보면 차이는 더 크다. 숲을 좋아하는 나는 주말에 등산을 가거나 산책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내 삶에서 세계는 푸른색, 푸른 냄새로 채워져 갔다. 단색에 작은 포인트가 들어가는 스타일을 좋아해서 내 가방은 심플한 검정 가방에 밝은 키링 한 두 개를 달아 두었다. 이렇게 어딘가를 가고, 누군가를 만나며 무언가로 주변을 채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의 모습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이 주제에 대해 네이버 웹툰 '멸망 이후의 세계‘가 좋은 영감거리가 되어주었다. 같은 하나의 세상에서 인물의 시각마다 풍경이 다르게 연출된다. 각자가 믿는 세상의 모습에 따라 고유의 세계가 형성된다는 설정인데, 작품에서처럼 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미묘하게나마 우리 또한 그렇다는 걸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점에서 보는 세상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