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려면 사람은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해야한다. 종교를 믿는 것은 그 종교가 이야기하는 세상을 내 세상에 녹여내는 일이다.
세상은 일개 개인이 일평생 적응해 나가기에 너무나 방대한 변수로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힘을 모아 일을 해내고, 사회를 이루고, 가정을 이룬다. 의지할 대상이 있다는 건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힘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무한히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준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것과 더불어 상대방도 인간이기에 무한히 의지하기에는 언젠가 한계가 찾아온다. 이런 면에서 보면 종교인이 참 부럽다. 세상이라는 짐을 맡길 무한한 존재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니, 압도적인 조력자가 함께하는 것 아니겠나. 물론 내가 직접 세운 '나의 세상' 또한 훗날 웬만한 바람에도 끄떡없을 단단한 건축물이 되겠지만, 그들과 비교하면 그 여정이 상대적으로 외롭고 거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런 점이 종교를 찾는 불변의 요인이지 않나 싶다. 인류 초기부터 인도자는 필수불가결했을 것이다. 거대한 자연, 사회 속에서 무지의 두려움을 떨쳐내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요즘 갈수록 종교를 믿는 사람이 줄어간다. 지식이 풍부해져서일 수도 있고, 너무 바빠서일 수도 있다. 나는 절대자가 존재한다는 말이 믿기지 않아서, 아무리 주변에서 전도(종교가 알려주는 세상의 이치에 마음이 크게 동하여 남에게 그 경험을 권하는 행위.)해도 쉬이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옳다거나 종교인이 틀렸다거나 생각하지는 않고, 각자 살아가면서 얻는 세상에 대한 결론이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