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6월. 우리 가족은 행복이와 보름에 가까운 제주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어느 날. 나와 행복이를 제외한 가족들은 성산일출봉에 오르게 되었다.
성산일출봉 주차장 한편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그들을 기다리던 중. 퍽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 참을 수 없는 갈증이 느껴졌다.
근처 가까운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들어가 음료를 주문할 참.
물론 반려견 행복이의 이동가방 지퍼는 사방을 확인하여 단단히 잠가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받는 것 또한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계하는 편. 여느 때엔 자칫 소심해 보일 정도로 조심성이 많은 나는.
혹시 모를 강아지 털들이 붙어있기라도 할세라 항상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는 돌돌이테이프. 그것을 이용하여 내 옷뿐만 아니라 강아지 이동가방을 반지르르할 정도로 손질하고 다니는 터. 이날 역시 그랬을 테다.
"돌체라테 아이스 벤티사이즈 주세요. 가지고 갈게요."
나를 잠시 바라보던 직원이 말했다.
"저희점은 반려견 동반 자체를 통제하고 있어요. 테이크 아웃주문이라도 매장출입이 허용되지 않으니 , 매장출입자체를 삼가 주시겠어요?"
적잖이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지난해에도 성산일출봉점에 행복이와 들러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여 커피를 마신적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일전에 고객센터로 확인해 본 바는 이러했기 때문.
[ 전면덮개형 케이지를 이용하는 경우 반려동물과 함께 매장체류는 불가하나, 주문 및 픽업은 가능함. 다만, 케이지가 오픈형이거나 덮개등이 오픈되어 있는 경우 매장출입 및 주문후상품 픽업이 모두 불가함 ]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진해질 수밖에.
이번여행이 마냥 즐겁고 순조롭지만은 않으리라는 것 또한 대강 짐작하고 있다.
강아지와의 여행 에는 준비할 것이 많고 미리 따져봐야 할 것이 넘쳐 쉽지 않기도 하다.
게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뭇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동물을 좋아하는 내가 봐도 일부 이기적인 반려견주들의 행태를 눈으로 직접 보면 영 못마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때엔 다시금 아쉬움이 진해질 뿐.
자신에게 자식같이 예쁜 강아지라면 다른 사람에게 그 아이가 눈총을 받게 하는 일 또한 더불어 조심해야 되는 게 아닐까, 좀 더 행복한 반려견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누가보든 보지 않든 그 무엇보다도 최소한 자신에게만큼은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아야 해. 아들아 항상 기억하렴,
반려견동반 가능식당이라고 할지라도, 선의를 베풀어준 사업주를 배려해야 한다. 반려견으로 인해 빚어진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곤란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반려견 보호자 입장에서 당연하다.
더군다나 기분 좋은 식사를 위해 방문한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켜야 함은 물론일 테고,
하나, 일부 이기적인 반려견주들이 주의하지 않는 펫티켓을. 때론 일반화시켜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을 못마땅한 듯 손가락질하며 경멸하는 어떤 태도엔 나도 모르는 억울한 감정에 미간이 찌그러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무기력하지만 어쨌든 그들과 두루두루 살아가기 위해 내 자리에서 지금과 같이 그저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 일뿐. 다만 , 시원한 커피 한잔이 간절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