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May 25. 2023

5개월이 30초 만에 지나갔다

야호!

둘째의 성조숙증 검사결과를 들으러 다시 대학병원을 찾은 건 검사 후 두 달 만이었다. 사실 검사를 받는데만 삼 개월이 걸렸고 다시 결과를 듣는 데는 두 달을 기다려야 했다. 결론적으로 예약부터 결과를 듣는 데까지는 총 5개월이 걸렸다. 원래는 검사 후 일주일이면 결과를 알 수 있었지만 하필 남편의 회사가 바빠지면서 연차를 쓸 수 없게 되어 며칠 미룬다는 게 두 달이나 밀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다 보니 날짜를 우리 마음대로 지정할 수가 없어서 더더욱 그랬다



이번에도 남편의 연차와 아이의 가정학습을 이용해서 병원을 갈 수 있었다. 오전 10시 15분쯤 병원에 도착을 해서 접수를 끝내고 이름이 불러지길 기다렸다. 평소에도 나는 병원만 가면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뛰는 등의 예민반응을 보이는 편이다. 아이의 진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붐비다 보면 걷는 것도 불편하고 접수를 하거나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한 외출이지만 여전히 불안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드디어 아이의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에는 호자 한 명만 들어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시각장애가 어쩌고 저쩌고 지난번처럼 사정을 설명하고 남편과 함께 다 같이 진료실로 들어갔다.


원장님 : "정상이네요. 나이에 비해서 6개월 정도 빠르긴 한데 이 정도면 정상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5개월을 기다렸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연차와 아이의 가정학습을 두 번이나 사용했다. 심지어 검사날에는 엑스레이는 물론이고 소변검사와 몇 통의 피를 뽑고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래 맞다. '정상'을 바랐다. 그런데 뭔가 모르게 허전했다. 분명 '정상'에 오르려고 산을 탔다. 그런데 다 올라가기도 전에 누군가 '야호~'를 외치며 다시 하산을 하자고 하는 기이라고나 할까.



원장님 옆에 놓인 동그란 의자에 내 엉덩이가 닿기도 전에 '정상입니다.' 끝! 뭔가 허무했다. 앉은 김에 좀 더 설명을 해주길 바랐지만 '정상'외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으신듯했다. 나는 또 여기서 괜한 소리 한마디를 해버렸다.


나 : "호르몬 수치는 어때요?"

원장님 : "무슨 호르몬이요? 정상입니다."

나 : "아.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역시.. 괜히 말했다. 어쩌면 내가 바라던 답변은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손가락 뼈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시며 현재 성장판이 이만큼 열려있고 앞으로 자랄 키와 혈액검사상 수치가 어쩌고 저쩌고 하시며 그래서 정상이라고 말씀해 주시길 바랐던 것 같다. 기대와는 다르게 5개월이라는 시간이 30초 만에 마무리되었지만 어쨌거나 정상이라고 하니까 천만다행다. 야호!


작가의 이전글 거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